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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용균’ 없는 그의 생일…엄마는 거리에 생일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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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청년 고 김용균씨의 25번째 생일

용균씨가 좋아하던 갈비찜 아침부터 준비한 어머니 김미숙씨

김씨 가족·동료들이 준비하는 ‘광화문 생일상’

“아직도 살아있는 것만 같아, 다음 생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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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올해도 아들의 생일상을 차린다. 김미숙(51)씨는 6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여느 때보다 더 정성스레 파를 다듬고 밤껍질을 깠다. 공장에 나가 늦게까지 일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느라 아들 용균은 해마다 엄마가 차려주는 생일상은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을 꼭 생일상에 올리리라, 엄마는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영영 스물네살에 그쳐버린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이 스물다섯살을 맞아야 할 생일이었다.

이날 ‘주인공이 없는 생일’을 애도하려 김용균씨의 직장 동료들도 일을 마친 뒤 서울을 찾았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주도로 체감온도 영하 6도의 차디찬 날씨 속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진 용균씨의 추모제에는 그의 생일을 맞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태안화력발전소 동료 이준석씨는 1년 전 용균씨의 마지막 생일파티도 함께했다.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그가 발전소 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기 닷새 전이었다. 입사한 뒤 첫 생일을 맞은 용균씨의 생일을 여럿이 모여 축하하는 자리에서 노동조합 상근자인 이씨는 처음 그를 만났다. 어둡고 뿌연 발전소를 나와 모처럼 맥줏집에서 만난 용균씨는 ‘야자타임’까지 하며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웃고 즐기고 허심탄회하게 보냈는데…. 제가 본 용균이의 마지막 모습이었거든요.” 이씨는 용균씨의 죽음을 아직 믿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도 용균이가 근무하던 곳을 지나가면 용균이가 걸어 나올 것 같아요. 동료로서 더 살펴주지 못해 미안해요.”

지난 1년, 참척의 고통을 이기고 ‘투사’가 된 김미숙씨도 이날만은 더욱 가슴이 시린 듯했다. 그는 최근 더 이상 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려 김용균재단을 꾸리고 국가와 싸우고 있다. 용균씨의 죽음 이후 정부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를 꾸리고 22개 권고안을 내놨지만, 권고안 대부분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장이 이렇게 안 바뀌었는데 도대체 (정부가) 탁상공론만 하고 이행 여부 확인도 안 하고 뭐 하는 건지, 할 말이 없죠.”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세상을 바꿔내지 못하는 한 엄마는 고통스럽게 눈감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줄 면목이 없다. “​다음 생이 있다면 좋은 부모 만나서 아들이 제명 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날 김씨의 죽음을 세상에 처음 알렸던 발전노동자 이태성씨는 “1년 전 대통령을 만나고 손팻말을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는데, 아직 미완인 부분에 대해 용균이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균씨를 대신해 싸우고 있는 어머니 김미숙씨에게 방한화와 장갑,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가수 나얼의 음반을 선물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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