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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국·베트남 "과거의 유산 극복하고 미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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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베트남 美부대사 "미래를 향해 함께 길 닦는 관계" / 美국방부 고위 관리 "과거 유산 극복하고 방위 협력"

“예전의 적이 동반자가 돼 과거를 극복하고 상호 번영과 우정이라는 미래를 향해 길을 닦는 미국과 베트남의 믿기 어려운 관계를 세계에 다시 한번 보여줄 것입니다.”

6일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비엔호아 공항에서 열린 행사에 미국측을 대표해 참석한 카린 매클랜드 베트남 주재 미국 부대사의 말이다. 이 행사는 미국이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살포한 고엽제로 오염된 비엔호아 공항 일대 토양을 원래대로 깨끗하게 복원하기 위한 환경정화 프로젝트 착수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일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과 함께 베트남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의 적이 동반자 돼… 믿기 어려운 관계"

매클랜드 부대사의 말처럼 베트남은 과거 미국과 10년 가까이 전쟁을 한 ‘악연’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부응하며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대접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비엔호아 공항 일대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 공군이 비행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이 지역 토양 50만㎥가 다이옥신 등 독성 화학물질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2017년 베트남·미국 두 나라 정부의 합동 조사에서 확인됨에 따라 미국이 원상회복을 돕고 나선 것이다.

앞서 베트남 중부 다낭 공항의 고엽제 오염지역 32.4㏊는 미국이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투입해 6년간 정화작업을 펼친 끝에 지난해 11월 완전히 복원됐다.

고엽제는 베트남전쟁 당시 울창한 정글이 작전 수행을 방해한다고 판단한 미군이 삼림을 고사시킬 목적으로 뿌렸다. 문제는 고엽제에 든 독성물질이 나뭇잎만이 아니고 인체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은 1990년대 베트남과 수교한 이후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베트남 국민의 재활 등을 위해 6500만달러(약 770억원)를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베트남 영해 수호 위해 연안경비정 2척 제공

‘군사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은 베트남과의 안보협력도 갈수록 확대하는 추세다.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전날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고 있는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에 관해 설명하며 일본, 인도,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베트남을 거론했다.

루드 차관은 “미국은 베트남에서 과거 전쟁이 남긴 유산을 극복하고, 방위 협력 측면에서 생산적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상징하듯 지난해 미 해군 항공모함이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 항구를 방문했다. 미 국방부는 해안경비대에서 오래 사용한 연안경비정 한 척을 베트남에 인도한 데 이어 최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연안경비정 한 척을 추가로 베트남에 인도할 계획임을 밝혔다.

중국 해군 함정이 베트남 앞바다에 자주 출현, 베트남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베트남의 영해 수호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인 1979년 베트남을 침공해 국경지역의 영토 일부를 점령한 바 있다. 베트남 군대의 결사적 저항으로 중국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자 중국측이 전격 철군을 결정,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고 끝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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