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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람코 IPO로 256억달러 조달했지만…'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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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비싼 기업 '등극'
빈 살만 입김 강하고 제한적 수익
국제투자자 진입꺼리자 국내 상장
은행 압박해 중산층 매입 유도
주가, 공모가 밑돌땐 사회 불안요소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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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사우디 아람코가 5일(현지시간) 마침내 상장(IPO)했다. 아람코는 이날 전체 지분의 약 1.5%를 매각해 256억달러를 거둬들였다. 공모청약 경쟁률은 4.7대 1 수준이었고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서 오는 11일 첫 거래가 이뤄진다. 이날 IPO 공모를 통해 산정된 시가총액은 최근의 시총 최대 예상치인 1조7000억달러 수준을 찍었다.

그러나 국제 투자자들이 "너무 비싸다"며 등을 돌린 가운데 사우디 중산층을 비롯해 사우디 국내와 인근 걸프만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IPO가 이뤄져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았다고 보기는 어렵게 됐다. 특히 경제와 국가의 핵심인 중산층이 아람코라는 단일기업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게 돼 새로운 불안요인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가 이날 공모를 통해 거둬들인 금액은 25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사상 최대 IPO였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2014년 250억달러를 제쳤다. 시가총액 규모는 단연 세계 최대다. 전체 지분의 1.5%에 불과한 30억주를 32사우디리얄(약 1만160원, 8.53달러)로 공모해 전체 시가총액이 1조700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이는 지난달 아람코가 제시한 예상 공모가 수준인 주당 30~32사우디리얄의 상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가총액 1조7000억달러는 4년 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아람코 IPO 계획을 내놓으면서 얼마 전까지 기대했던 2조달러에서 크게 후퇴한 규모다. 사우디는 당초 기대한 아람코 기업가치 달성이 어려워지자 공모 규모도 크게 줄여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달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에서 1.5% 매각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동네잔치로 끝난 '세계의 IPO'

사우디가 아람코 IPO에서 비교적 선방하기는 했지만 당초 전 세계적 이슈가 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세기의 IPO'는 초라한 '동네잔치'로 끝났다. 타다울 증시와 함께 뉴욕이나 런던 등 세계 금융중심지 이중상장을 목표로 했던 사우디는 아람코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간섭, 제한적 수익 증가전망에 발목을 잡혀 결국 해외 증시는 포기한 채 국내 증시에만 상장하고, 공개 규모도 대폭 축소하기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사우디는 은행들을 압박해 중산층이 대출을 통해 아람코 주식을 사들이도록 부추겼고, 걸프만 동맹들을 설득해 아람코 주식 공모에 지원하도록 했다. 또 '부패 수사'를 이유로 리츠칼튼호텔 구금이라는 빈 살만 왕세자의 공포정치에 한 차례 된서리를 맞은 바 있는 사우디 부유층도 정부 압력에 대규모로 아람코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 투자자들은 1조7000억달러로 당초 기대보다는 하향 조정된 아람코 시가총액이 여전히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다른 석유메이저들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번스타인 리서치가 전 세계 기관투자가 31곳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1조2600억달러가 적정 수준이라는 답이 나왔다. 번스타인은 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사우디 정부가 언제든 간섭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와 제한적 순익 성장전망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평가"…주가전망 불확실

이 때문에 IPO는 성공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우디는 우선 11일 첫 거래가 시작되면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부양해야 한다.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하면 아람코 주식을 사들인 사회의 기둥인 중산층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국제 투자자들의 진입을 막는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은 아람코 주가가 자신들이 판단하는 적정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뛰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 대규모 자금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사우디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과 이에 따라 유가 흐름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11일 첫거래와 이후 단기적인 아람코 주식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투자자들이라고 마냥 아람코 주식과 거리를 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 주식은 결국에는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것이 확실하고, 그렇게 되면 지수에 투자하는 국제 간접투자펀드들을 비롯해 국제 투자자들 역시 아람코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걸프만 국부펀드들이 고평가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람코 공모에 참여한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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