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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기 도살’ 개의 통증은 사실, 고통을 최소화하는 게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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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잔인한 방법에 따른 죽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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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개농장의 도축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도살하였다. 이 사람을 100만원 벌금에 처하는 것은 합당한가?

사건 당시 동물보호법은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금지한다. 피고인 측에서는 ‘잔인한 방법’이라는 개념의 외연을 특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그 기준으로 행위의 동기를 든다. “재미로, 분풀이로, 과시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마땅히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축산을 위해 도축하는 것을, 생업을 위해 도축하는 사람을 학대의 발로로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한 사람과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라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것은 잔인한 방법에 따라 죽이는 행위이지 학대의 발로로, 다시 말해 잔인한 동기로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죽이는 방법은 죽이는 방법일 뿐, 죽이는 동기가 아니다. 도축업자가 개를 죽일 때 도축수입으로 친구를 도와주려는 동기가 있을 수도 있다. 도축수입으로 도박을 하려는 동기가 있을 수도 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죽이는 사람의 이러한 자율을 제한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380V 전원에 연결된 쇠꼬챙이를 개 입에 갖다댔다.

통증을 막고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한 것인가?

개의 입에 갖다댄 일정 전압의 쇠꼬챙이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복잡한 문제다.

애초 의식 잃음 없이 죽은 듯한 외관이 초래될 수도 있다.

통증을 막는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은 개를 함부로 죽이는, 잔인한 방법이다


동기의 잔인과 방법의 잔인이 별개라는 것은 동기, 잔인 각각의 뜻에 따르면 분명하다. 이 점은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1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도축장을 생각해보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축장에서는 죽이는 행위가 일반 사물을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작업자의 동기는 도축 과정이나 도축 결과에 관여되지 아니한다. 인원이 많은 도축장, 자동화된 도축장의 경우 작업자 개인 동기가 도축 과정이나 결과에 관여되지 않는 현상은 더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죽이는 동기의 잔인성 여부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잔인한 방법’의 의미는 동물을 죽이는 여러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미여야 한다. 포유동물 대부분이 도축장에서 죽는 상황에서 도축장에서 적용될 수 없는 의미로서 ‘잔인한 방법’이 정의될 수는 없다.

동기가 아닌 방법 그 자체의 잔인성이란 무엇인가? 잔인이란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질다는 말이다. 인정이란 남을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방법은 동기나 목적에 종속된다. 방법의 잔인성이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남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도축은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동물을 인간이 먹거나 기타의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재료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동물은 자신의 근거인 목숨을 빼앗기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동물계의 일원인 인간은 이를 잘 이해한다. 인간은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편익을 위해 도축을 한다. 그런데 도축 방법이 동물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목숨을 빼앗는 기능을 하는 것 외에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고, 피할 수 있으면서, 동물에게는 커다란 불이익인 ‘통증(pain)이나 심한 스트레스(distress) 또는 심한 고통(suffering)’(이하 ‘통증 등’)을 발생시킨다면 그 도축 방법은 ‘잔인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통증 등이 실제 발생했는지 확인되지 않아도, 잔인한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마땅할 때가 있다. 도축장에서 그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도 포함한다.

재판부는 도축 과정에서 통증 등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재판을 취재한 기사(경향신문 11월19일자 15면)는 이렇게 쓰고 있다. “동물이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고통을 느끼는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알기 어렵다. ‘잔인한 방법’ 입증을 위해 검사는 여러 시도를 했지만 재판부는 상당 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는 이씨가 사용한 것과 유사한 쇠꼬챙이로 작동 원리를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씨 도살과 무관하다고 했다. 검사는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했지만 재판부는 1명만 수용했다. 전문가는 동물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증언은 할 수 있지만 이씨 사건은 모른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씨 후임자의 개농장과 다른 동물 도살장에 대한 현장검증, 사건을 초기 수사한 경찰관 증인신문도 거부됐다.” 재판부는 그 도살장과 유사한 조건으로 그 도살장의 조건을 갈음하거나 일반론으로 개별 상황을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은 고유한 것이며 사건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므로 재판부의 이러한 태도는 언뜻 타당해 보인다.

도축장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도축장은 많은 동물이 죽임을 당하는 곳이다. 통증 등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죽임을 당한 동물 개체에서 발생하였다. 통증 등은 언제 죽은 누구에게서 발생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법으로, 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죽인 것이 아닌 다음에는 통증 등의 발생 여부는 개체별로 확인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죽임은 인간을 죽이는 것과 전혀 다르다. 도축장에서 동물은 고기를 생산하는 재료이다. 도축장에서 동물은 얼굴과 이름을 지닌 개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통증 등을 귀속시킬 사회적·법적 개체가 없다는 말이다. 도축장에선 통증 등의 발생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려는 시도는 실패한다. 이런 이유로 통증 등의 발생을 확인함으로써만 특정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잔인한 방법’을 정의하는 것은 보편성을 가질 수 없다. 통증 등은 살해, 상해, 폭행과 달리 궁극적으로는 동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객관화를 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죽음 과정의 통증은 객관화가 더욱 힘들다는 점도 덧붙여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도 통증 등의 발생은 확인하기 힘들다.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통증을 막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하지 않고 죽이는 방법’으로 ‘잔인한 방법’을 정의하는 것이다.

개를 포함해 많은 동물은 통증, 스트레스,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진화됐다.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상황을 피하게 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이들 동물은 오래전 멸종했을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능력은 극대로 발휘된다. 어떤 대책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도축장에서 개의 통증은 극대화되고, 다른 개의 비명과 살 타는 냄새, 피 냄새, 묶임, 쇠꼬챙이 공격으로 최고 수준의 고통을 느낀다. 입증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경향신문

개식용금지를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 하고 있다(위). 개를 도살할 때 사용되는 전기 쇠꼬챙이가 케이지 창살 위에 놓여 있다. 절연 테이프로 감겨진 손잡이에는 전선과 스위치가 연결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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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방법과 관련한 원칙은 ‘통증을 막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 이사회에서 제정해 유럽연합에 속한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도축규정은 “동물을 죽이는 데 관계된 사업 운영자나 사람은 누구든지 동물을 도살하거나 죽이는 과정에서 그 방면 최고의 작업 방식과 이 규정에서 허용된 방법을 고려하여 동물의 통증을 막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 대책을 두고는 이렇게 말한다. “죽이는 방법 중 많은 방법이 동물에게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죽기 전에 또는 죽음과 동시에 의식과 감각의 결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절시키는 절차(고통 없이 의식과 감각의 상실을 초래하도록 의도적으로 유도된 절차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즉각적인 죽음을 결과하는 절차도 포함된다)가 필요하다. 한 동물의 의식과 감각의 결여를 측정하는 것은 까다로우며 과학적으로 승인된 방법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 동물을 기절시키는 조건과 기절 작업의 결과는 여러 요인에 의해 실제에서는 다양하다. 그러므로 기절 작업의 결과는 규칙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 목적으로, 사업 운영자는 자신이 이용하는 기절 방식의 유효성을 점검하기 위해 동물 집단의 동질성과 장비 및 종사 인력과 같은 다른 중요 요인의 동질성을 고려하여 대표 표본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잔인한 방법’의 합당한 정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통증을 막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하지 않고 죽이는 방법’이다. 이것은 동물을 죽이는 현실 조건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면서 보편성을 지니게 된 정의다. 잔인한 방법의 의미를 이처럼 이해한다면 관련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할 사실은 동물이 통증 등을 느꼈는지가 아니라 그런 것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세운 대책이다.

피고인은 380V 전원에 연결된 쇠꼬챙이를 개 입에 갖다댔다. 통증을 막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취한 것인가? 모든 개가 다른 개의 비명과 살 타는 냄새, 피 냄새, 묶임, 쇠꼬챙이의 공격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고통을 느꼈다고 보아야 한다. 통증은 어떠한가?

재판에 출석한 전문가는 뇌에서 떨어진 전극의 위치상 의식이 소실되지 않고 개가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전극 위치 문제는 중요하다. 도축 안내서에는 “집게를 사용하여 뇌의 양쪽으로 두 개의 전극을 통해서 저전압 교류전류를 인가한다. 동물의 뇌는 작으므로 전극은 양, 염소, 돼지, 타조에서 머리 옆면에 정확하고 단단하게 배치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전극 위치에 관한 이런 이야기도 일반론에 불과하다고 치자.

전기충격의 강도는 시간당 몸을 흘러가는 전하의 양, 즉 전류의 크기와 시간으로 결정된다. 전압의 높고 낮음과 직접 관계가 없다. 전류 크기는 저항에 반비례하고 전압에 비례하므로 전압이 주어지는 경우 저항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이 저항은 소재 상태와 특성에 따라 큰 편차를 가진다. 예를 들어 인체의 경우, 전기저항은 피부가 건조하냐 젖어 있느냐에 따라 수십~수백 배의 저항 차가 있다. 한편, 대체로 사람이 전류를 감지하는 것은 1㎃ 정도이고 50㎃가 되면 심장이 기능을 잃는다. 전류를 감지하는 전류 세기와 심장이 기능을 잃는 전류 세기가 50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면 수십~수백 배의 전류 편차는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같은 전압의 전기충격을 가하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통증의 정도나 삶과 죽음은 달리 나타난다.

신체에 끼치는 영향에서 차이를 제거하려면 전압을 충분히 높이면 되지 않는가? 설령 저항이 높게 형성된다고 해도 충분한 전류가 흘러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관점에서 피고인은 380V라는 높은 전압을 이용하였음을 내세운다. 전기충격이 가해졌을 때 전류가 방사상으로 같은 세기로 흘러가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는 것처럼 주장한다.

380V가 저항과 무관하게 충분한 전류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사족 같은 이야기지만, 법령에서 600V 이하의 전압은 저압이고 특고압 소리를 들으려면 7000V가 넘어가야 한다. 위에서 인용한 도축 안내서에서는 오히려 저전압을 권한다. 전압이 높으면 의식소실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증이 유발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전기 쇠꼬챙이를 입에 넣을 때 개가 이빨로 물고 있는지, 혀에 닿았는지, 입천장에 닿았는지, 개가 침을 많이 흘리는 상황인지, 입이 마른 상황인지에 따라 전류 세기는 달라진다. 전기 쇠꼬챙이를 입에 넣었을 때 전류는 심장 방향으로도 흐르고 의식의 소실을 결과할 수 있는 뇌 방향으로도 흐르는데, 각 방향에서 언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낳게 되는지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통 전기충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주된 사유인 심실세동은 전류가 일정 세기 이상으로 흐르면 오히려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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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입에 갖다댄 일정 전압의 쇠꼬챙이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복잡한 문제다. 다른 곳보다 먼저 뇌에 충격이 가해져 의식을 잃은 후, 심실세동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이지만) 개는 통증 없이 죽는다. 뇌에 충격이 먼저 도달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토치로 그을리는 과정에서 깨어났지만, 광범위한 근육의 마비로 깨어났음이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뇌에 충격이 가해져 의식을 잃기 전 다른 부위에 먼저 충격이 가해져 극심한 통증을 느낀 후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애초 의식 잃음 없이 죽은 듯한 외관이 초래될 수도 있다. 380V 전원에 연결된 쇠꼬챙이를 개 입에 갖다대는 것은 통증이 확실히 발생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해도, 통증을 막는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은 개를 함부로 죽이는, 잔인한 방법이다.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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