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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존템인데 100만원?” 신종 '등골 브레이커' 롱패딩에 깊어가는 ‘엄마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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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롱패딩을 입은 청소년들. 뉴스1


6일 전국이 영하권 기온에 접어들며 겨울 한복판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신종 등골브레이커(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사람이나 제품)‘로 떠오르는 ‘롱패딩’에 불경기에 주머니가 얇아진 학부모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저렴한 오리털 롱패딩 입히려 했는데 아이가 싫어하네요”, “아이들이 싼 롱패딩은 소재가 별로라고 안입으려 해요”, ”중학생 아이에게 롱패딩 사줬는데, 메이커가 별로라며 반품했어요” 이달 들어 전국이 영하권에 머물며 강추위가 이어지자 몇 해전부터 청소년들 ‘인싸템’으로 떠오른 롱패딩을 청소년 자녀에게 입히려 했다 실패한 엄마들의 목소리가 맘카페 곳곳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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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롱패딩.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이 유행하며 학부모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롱패딩은 농구선수를 비롯한 운동 선수 등이 벤치를 지키며 주로 입어 ‘벤치 카파’라고 불렸다.

같은 해 2월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10만원대 중반의 '평창 롱패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신종 방한복‘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해 겨울 수도권 기온이 영하 10도씨를 밑돌자 ‘유행템‘이 아닌 ‘생존템‘이란 평가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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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침낭을 닮은 모양의 롱패딩은 최저 10만대 중반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가 판매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수입해 오는 프리미엄 패딩은 100만원대 중반부터 200~300만원 선의 비교적 고가에 형성 돼 있으나 동절기 전인 9월 초부터 매출이 신장하는 등 물량 소진을 빠르게 소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겨울 추위가 극강에 달하는 11월에서 1월 사이에는 물량이 없어 판매를 못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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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명 ‘패딩 계급표‘가 돌며 청소년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데, 가격과 원산지 및 브랜드에 따라 10~20만원대, 20~70만원대, 70~100만원대, 100만원 대 이상의 제품으로 1,2,3군을 나누어 분류한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2010년 중반 이후 몽클래르, 캐나다구스, 노비스 등 100만원이 훌쩍 넘는 해외 프리미엄 패딩이 본격 수입되기 시작하며 이 같은 패딩 계급론은 더욱 가파른 '계급 분화'의 모습을 보이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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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등골브레이커‘ 노스페이스 ‘패딩 계급표’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패딩 계급표‘의 원조는 2010년 초반에 학생들 사이에 원조 '등골브레이커'로 통했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다운패딩이 25~70만원대에서 5만원 다위로 가격과 디자인을 나눠 ▲찌질이(25만원)▲일반(25만원)▲중상위권)(30만원)▲양아치(50만원)▲있는집 날라리, 등골브레이커(60만원)▲대장(70만원) 등으로 나눈 ‘패딩 계급표’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에서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노스페이스 다운패딩을 구매해 입혔고, 일각에선 패딩을 둘러싸고 청소년간 폭행 사건이 불거지며 사회적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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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등골 브레이커, 롱패딩’을 두고선 일각에선 “실용적인 방한복을 넘어서 사회계층을 구분하며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표식으로서 롱패딩이 왜곡 돼 이용되고 있으며, 입고 있는 패딩에 따라 과시적인 소비풍토가 유행하는 것”이란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비슷한 옷을 입어야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문화의 씁쓸한 이면”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두고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사는 언론에 “롱패딩을 입을 수 있는 학생과 입을 수 없는 학생, 심지어 롱패딩을 입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평가하고 있다”라며 “가격도 부담이지만 친구들간 위화감이 생길까 학부모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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