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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켜주자 그리고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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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대선자금 수사로 고통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메모…

‘추미애 카드’ 성공 여부는 윤석열 사단의 폭주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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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검찰총장은 없었다. 취임 뒤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줄곧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만 지휘하는 검찰총장은 윤석열 총장이 처음이다. ‘윤석열 검찰’은 지금 ‘문재인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까지 현 정권 실세들을 정조준한다.

이런 검찰총장도, 청와대도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청와대도 없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반대했던 ‘검찰주의자’를 검찰총장으로 덜컥 임명한 것도 모자라 그의 부하들을 검찰 요직에 대거 기용한 인사까지 용인해놓고 이렇게 철저하게 ‘배신’당하는 청와대는 없었다. 그것도 검찰 등 권력기관을 관할하는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칼’ 앞에 초토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민정수석실 핵심 간부인 반부패비서관(박형철)이 검찰에 나가 보안 유지가 생명인 청와대의 감찰 내용을 순순히 털어놨다. 임기가 아직 절반이 남은 정권에서 벌어지는 이 전례 없는 행태에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해한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은 12월4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청와대가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를 골라 제출(임의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업체나 다른 정부 부처 같은 곳처럼 ‘거칠게’ ‘탈탈 털어가는’ 방식은 아니었다. 형사소송법(제110조)은 대통령비서실 같은 군사상 비밀을 다루는 곳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 효과는 ‘임의제출 방식’ 그 이상이었다. 윤석열 검찰이 청와대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청와대 참모들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날 압수수색은 전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을 향해 ‘공개 경고’한 것에 맞대응한 성격이 강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 (12월)1일부터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린다는 의심을 갖고 한 말이다. 고 대변인의 발언에 ‘윤석열 사단’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에 또다시 경고를 보냈다. 고 대변인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자료는 외부(송병기 울산부시장)에서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하명 수사’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민정수석실이 특감반 자체 조사를 통해 만든 뒤 경찰에 지시해 수사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며 “더는 억측과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고인(청와대 특감반에서 일했던 백아무개 검찰 수사관)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정부 기관 중 한 곳에 불과한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총장은 물론 일선 고검장, 지검장들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청와대의 검찰 비난은 검찰 인사에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청와대의 여러 권한 가운데 인사권만큼 중요한 게 없다. 청와대는 인사와 감찰로 공직사회를 장악하는데, 인사는 감찰보다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

조 전 장관 여죄를 캐기 위한 인지수사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더욱 뼈아프다.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직무유기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지시했다가 갑자기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가깝다. 직권남용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둔 ‘적폐 청산’ 수사에서 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을 형사처벌할 때 ‘동원’된 혐의다.

청와대가 이런 약점에도 검찰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번 수사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국 전 장관 등 일련의 수사를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유 전 부시장 등의 수사가 모두 조 전 장관의 ‘여죄’를 캐기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검찰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면서도 ‘개인 비리’로 형사처벌하기 쉽지 않자 더 중대한 혐의를 찾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법무부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사퇴했음에도 가족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확대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 처벌로 청와대에 타격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과 김 전 시장 사건이 겉보기엔 고발 사건 형태를 띠지만 내용을 보면 인지수사에 가깝다는 것도 청와대의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두 사건 모두 고발 시점과 수사 착수 시점에 큰 차이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조 전 장관 수사가 소강상태에 있을 때 본격화했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한 법조인은 “조 전 장관을 개인 비리로 처벌하기 쉽지 않으니까 계속 가지를 뻗는 것 같다.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여권에서는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타격을 주려고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고발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건과 비교하면서 “검찰은 왜 한국당 앞에선 유독 작아지나. 한국당은 검찰개혁 저지를 위해 왜 극단적 무리수를 거듭하나. 이런 일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국민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검찰의) 검은 뒷거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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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과정에 불만… 노고 치하”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 공격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당장은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대통령 참모들의 일탈 행위에 자칫 청와대와 여권 전체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 수사를 한발 떨어져서 보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검찰이 청와대를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보여준 태도는 지금 청와대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당시 남긴 메모 등을 보면 그는 검찰 수사에 매우 불만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1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 주변 사람들이 수사받는 모습을 전해듣고, 너무 가혹해서 ‘억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 (중략) 제 측근들은 수백만원짜리까지 다 조사하는 모양이다. 수백 명이 수백 회 소환됐고, 압수수색이 또 수백 회 이루어졌다. (중략) 저도 인간적인 수모, 대통령의 품위, 그리고 수사하는 내용과 과정에 불만이 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이상수 전 의원과 안희정 전 지사 등 노 전 대통령 캠프의 핵심 인사를 모두 구속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을 감쌌다. “검찰의 능력에 대해서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소름이 끼친다고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다. 때로는 너무한다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검찰이 한편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한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남긴 메모에는 “검찰, 지켜주자. 그리고 바로 세우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법조인은 “노 전 대통령은 검찰도 미우나 고우나 자신이 끌고 가야 하는 참여정부의 한 기관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완충지대 구실을 하는 법무부 장관의 부재도 양쪽 충돌을 격화한 측면이 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장관직을 대행했으나 그가 윤 총장을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김 차관은 조 전 장관 수사 초기에 ‘윤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검찰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동안 후임자를 찾지 못해 윤석열 사단의 폭주를 지켜봐야 했던 청와대는 12월5일 5선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기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 청와대가 이날 ‘원포인트 개각’을 한 것은 그만큼 검찰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때의 ‘강금실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 발탁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검찰 문화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강 전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는데, 이것이 국민에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각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강금실 효과’ 기대할 수 있을까



‘추미애 카드’의 성공 여부는 윤석열 사단의 폭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내년 초에 있을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윤석열 사단에 대한 인사를 무력화하려고 할 것이다. 청와대가 이를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하면 참여정부 때 ‘검난’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추 의원은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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