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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법원 90대 나치군 통역병 시민권 박탈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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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대 24년 쟁송 상고심 요청 기각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10대 때부터 독일 나치군의 통역병으로 전쟁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온 90대 캐나다인이 대법원의 판결로 시민권 박탈 및 추방이 확정됐다.

연방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과거 자신의 나치군 전력으로 시민권을 박탈키로 한 정부 결정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헬무트 오버랜더(95)의 상고 요청을 기각했다고 CBC 방송이 전했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사는 오버랜더는 지난 1995년 이민부가 시민권 박탈 결정을 내리자 이에 불복, 정부를 상대로 지난 24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대법원은 이날 통상적인 관례대로 기각 결정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버랜더는 지난 1924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17세 때 독일인 신분으로 징병 돼 나치 병사로 복무하면서 1932~1933년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1952년 부인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 2년 뒤 영주권을 획득한 데 이어 1960년 시민권을 얻었다.

캐나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학살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민부는 그가 이민 신청 때 과거 경력을 속이고 관련 공문서에 허위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웹사이트에 게시된 사건 기록에 따르면 정부는 오버랜드가 "전쟁 기간 활동에 대해 중대한 기만을 저질렀다"고 판단, 시민권 박탈 조처를 내린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정부는 오버랜더의 국외 추방 절차를 즉각 이행할 수 있게 됐다.

마르코 멘디치노 이민부 장관은 "캐나다는 전쟁 범죄나 반인륜 범죄, 대량 학살을 자행하거나 이를 묵인한 전범들에 피난처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결의를 갖고 있다"며 대법원의 결정을 반겼다.

반면 오버랜더 가족들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결정이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준 사법적 보호를 제거했다며 반발했다.

이어 오버랜더가 전쟁 중 우크라이나의 기아와 학살 사태를 이겨낸 희생자로 당시 17세의 나이에 살해 위협을 받고 강제 징집된 소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그의 행위에 대한 증거를 한 치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그는 어떤 범죄에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나다유대인협회 버니 파버 전 회장은 그가 캐나다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그들을 젊고 건강하고 잔혹한 75년 전의 그들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버 전 회장은 "헬무트 오버랜더는 이 나라의 마지막 나치"라며 "오랫동안 길을 잃었다가 결국 돌아와 정의가 실현된 것일 뿐 정부나 사법부의 성공도 아니고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속 추방 규정을 밟아 추방국의 여행 관련 서류가 갖춰지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추방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헬무트 오버랜더 [CBC 홈페이지]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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