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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강지환, 성폭행 집행유예 선고…스스로 멈춰세운 `배우의 삶`[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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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 42)이 성폭행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실형은 면했다. 하지만 십여년 공들여 쌓은 ’연기파 배우’로의 삶은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5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1부(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성폭행·성추행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강지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 및 40시간 성폭력치료 수강을 명했다. 또 아동청소년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오면서도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면 해당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항거가 가능한 상태에 있었다면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에 대해 즉각 대응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대응 못하다가 추행 이후에야 침대에서 내려온 점을 보면 해당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서 잠에 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며 "무죄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자백한 부분은 보강증거가 충분해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죄는 인정됐지만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강지환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탄원서 등 주변인들의 정상 참작 탄원 등을 고려한 판결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형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들이 입었던 피해 내용, 사건 당시 피고인의 사리분별능력 정도에 현재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상태 등을 주변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성범죄 특성상 피해가 온전히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점에서 보면 피고인은 합의가 됐다는 점에서 그쳐서는 안되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기를 생을 다할 때 까지 참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주변인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려웠던 무명 시절을 거쳤고 나름 성실하게 노력해왔다는 글을 적어냈다. 그 글의 내용들이 진실이기를 바라고,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자백들이 진심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여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노력해서 밝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다소 수척한 얼굴로 공판에 나선 강지환은 재판부의 판결 이후에도 이렇다 할 표정 변화 없이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형 집행이 유예된 만큼 지난 7월 구속된 뒤 5개월 가까이 이어온 구치소 생활은 이날로 끝내게 됐다.

강지환은 구치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귀가했다. 선고 소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법원을 떠났다.

선고공판에 참석한 수십 명의 일본 팬들은 강지환의 석방에 안도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강지환이 탑승한 차량 운전자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플랜카드를 전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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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오후 10시 50분께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여성 스태프 2인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긴급체포 후 분당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강지환은 "술에 취해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구속영장 발부 후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강지환은 법무법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 저의 잘못에 대한 죄값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도록 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공판은 지난 9월 2일부터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첫 공판에서 강지환의 법률대리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 사실관계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 많은 고통을 받은 피해자분들에게 어떤 말씀으로 사죄하고 위로해드려야 할 지 피고인 스스로 매우 두려운 마음"이라며 "뼈저린 반성과 사죄 드리는 마음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위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 3차 공판에서는 당초 입장을 번복해 범행을 일부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종변론에 나선 강지환은 눈물을 쏟으며 처절하게 절규했다. 강지환은 "판사님께 혐의 사실을 들었을 때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 이후로 들려오는 이야기들과 마약복용 혐의 등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건이 있기 하루 전 날만 해도 여느 때와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2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힘들게 오른 자리인 만큼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강지환은 "작품 속 주인공이 돼고 싶었고 시상식에서 그동안 고마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해보고 싶었다. 더 늦게 전에 예쁜 가정을 꾸리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빠가 되보고 싶었다. 지금껏 해 온 만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가 꿈꿔왔던 모든 삶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스스로 모든 걸 망쳤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너무나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제 한 순간의 큰 실수가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지환은 "만약에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제발 그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나 밉고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또 후회합니다"라고 한 뒤 고개를 숙였다.

당시 검사 측은 강지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제한, 취업제한 명령 5년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간 줄곧 엄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혀오던 피해자들이 결심공판 전날 합의서 및 처벌 불원서를 전격 제출한 것이 이날 집행유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지환은 극적으로 실형을 면하게 됐지만 성폭행 유죄가 인정됨에 따라 배우로 재기하긴 어려워 보인다. 2001년 뮤지컬 ’록키 호러 픽처쇼’로 데뷔한 뒤 ’경성스캔들’, ’쾌도 홍길동’, ’돈의 화신’, ’몬스터’, 영화 ’영화는 영화다’, ’7급 공무원’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나온 ’배우 강지환’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사건으로 결국 멈췄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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