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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욱일 문양은 옛부터 있었다"...해외 고미술품까지 찾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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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군국주의 상징’ 비판에 여론전 강화

경향신문

일본의 패전일(종전일)인 지난 8월15일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대 군복을 입은 이들이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도쿄 야스쿠니신사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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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욱일기(旭日旗)와 닮은 문양이 들어간 일본 고미술품에 대한 해외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전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뻗어나가는 모습인 욱일 문양이 오래 전부터 일본에 있었다는 증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욱일기가 일본 육·해군의 군기나 함기로 사용되면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져 온 점을 물타기하려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외무성은 최근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에도(江戶)시대 후기(1833년) 제작 우키요에(浮世繪·목판 풍속화)에서 욱일 문양을 확인했다. 에도(옛 도쿄의 지명)에서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에 이르는 각지의 풍물을 그린 16매짜리 그림의 하나로 새해 첫날 태양이 비치는 햇살이 푸른 바다 위로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태양과 햇살이 모두 붉은 욱일기와 달리 태양은 노란색이고 햇살은 흰색이다.

현재 외무성 홈페이지에선 욱일 문양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미술품으로 1869년 제작 일본화를 들고 있다. 외무성은 욱일 문양이 에도시대 때부터 친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이번에 발견한 우키요에를 홈페이지에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외무성이 해외 고미술품 조사에 힘을 쏟는 것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일본의 전통 미술품이 해외에 대량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각국의 주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을 대상으로 한다.

외무성 조사는 한국 등 주변국이 욱일기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외무성은 욱일기 문양이 일본 국내에서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돼 왔으며, 현재에도 풍어기나 출산, 명절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홈페이지의 욱일기 소개 코너에 기존에 있던 일본어와 영어 자료 외에 한국어 자료를 새로 올리는 등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욱일 문양’이 아닌 ‘욱일기’가 근대 이후 일본 군대의 군기로 사용되면서 일본 식민지배와 침략 피해를 당한 주변국에게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기시킨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욱일기가 군국주의 상징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을 흐리고, 피해국 국민의 정서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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