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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1600년 세월의 문 열리나…신라 기록 빽빽한 ‘나무통 문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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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얼굴 토기 나온 경산 소월리 유적

같은 구덩이에서 토기 나온 직후 출토돼

한자 수십개 정자체로 또박또박 적혀

국립경주연구소로 옮겨 보존 처리중

다음주초 전문가 판독작업…내용 주목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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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판도라의 상자가 과연 열리게 될까.

5~6세기 고신라인들의 문자기록이 쓰여진 문서 용도의 나무쪽 유물(목독)이 경북 경산 소월리 고대유적에서 최근 출토된 사실이 확인됐다. 소월리 유적은 5~6세기 고신라인들의 고대 의례시설터로 추정되는 곳으로, 최근 사람 얼굴 모양의 뚫음 무늬가 삼면에 있는 토기가 출토돼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5일 문화재청과 학계에 따르면, 소월리 유적을 발굴한 화랑문화재연구원 쪽은 최근 유적 내 수혈 구덩이에서 사람얼굴 새김 토기를 발견한 뒤 그 아래 지점에서 정자체로 적은 한자 수십여 글자들이 가득 새겨진 나무쪽 유물 한 점을 추가로 발굴해 수습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물은 출토 직후 보존처리 및 판독 조사를 위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옮긴 상태다. 연구소 쪽은 이 나무쪽 문서 표면을 적외선 촬영하고, 한국목간학회 전문가들과 긴급판독회를 열어 유물의 자구 내용을 검토했다. 연구소는 1차 판독한 내용을 내주초 공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고고역사학계 관계자들은 “나무쪽을 다듬어 만든 공문서인 목간처럼 정제된 형태는 아니고, 좀더 큰 덩어리의 나무쪽에 여러 문자기록을 적은 `목독‘ 형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유물을 본 한 전문가는 “글씨가 또박또박 잘 쓴 정자체이고 한눈에도 여러 글자들의 명확한 윤곽이 눈에 띄었다. 고대 신라인의 역사와 관련해 상당한 정보들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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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접한 학계에서는 목독 추정 나무쪽 문서에 적힌 글자들 내용 못지 않게 문서를 만든 연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월리 유적의 구덩이 상층부에서 나온 사람얼굴 토기유물의 연대에 대해 오승연 화랑문화재연구원장을 비롯한 조사단 쪽은 토기와 시루에 관찰되는 두드림 무늬(타날문)의 형태 양상으로 미뤄 5세기 전반 또는 그 이전으로 시기를 추정한 바 있다. 따라서 그보다 아래쪽 지점에서 나온 나무쪽 문서의 제작 시기는 토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이른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정에 따른다면, 신라 문자 유물로는 시기가 가장 오래된 자료가 된다. 하지만, 사람얼굴 새김 토기 자체의 연대를 6~7세기로 늦춰보는 다른 연구자들의 이견이 있고, 후대의 나무쪽 문서가 구덩이에 쓸려들어갈 공산도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

목간학회의 한 연구자는 “큰 나무쪽에 다수의 글자를 새긴 문서 형식 자체가 국내에 처음 출현한 사례이고, 고신라의 생활문화사와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제작 연대와 더불어 구체적인 판독 내용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화랑문화재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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