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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잃었지만, 더 큰 세상보는 눈을 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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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기자] [the L]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인터뷰 …"내가 도우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돕는 걸 거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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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 사진=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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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착하지 않아요. 착하면 이 일을 못 했을 거예요. 일 자체가 싸움의 연속이거든요.”

장애·아동·여성·범죄피해지원 분야와 관련해 ‘장애인권법센터(센터)’를 운영하며 세상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들을 찾아 법적 도움을 주는 김예원 변호사(37·사법연수원 41기)를 지난달 27일 서울 시청 인근에서 만났다.

“제가 오늘 회의를 마치고 나면 30분 정도 시간이 나는데 그 후에는 바로 이동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김 변호사와 연락이 닿은 후 첫 마디였다. 그는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시간을 쪼개 살고 있었다. 직접 세운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인 센터에서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며 세 아이의 엄마로 때로는 관련 법 개정과 정책 연구까지 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지의 영역으로 생각해요. 비장애인이 볼 때 우리 사회 구조상 장애인들을 일상적으로 보기 어렵죠.”

김 변호사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처음부터 장애인 인권 분야를 하기 위해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장애인들도 그냥 사람이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주변에서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사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며 그는 화가 났다고 했다.

“이상한 게 범죄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장애인 관련 착취 등에서 가해자들은 미안하다고 생각을 안 해요. 오히려 돌봐줬다고 생각하고 내가 안 그랬으면 너는 더 나쁜 일을 당했을 거다 이런 식이죠.”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12년 사법연수원을 마친 그는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로 2017년 결국 센터를 만들었다. 그 전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만든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활동하다가 2014년부터 3년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상임변호사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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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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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를 만든 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예요. 서울시 사건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제가 원하는 사건을 하고 싶었어요.”

센터는 비영리로 운영되며 사건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일반적인 사건은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전혀 도와주지 않는, 지지 체계가 없는 분들이 우선이다.

“고아거나, 기초수급자거나, 한부모 가정의 자녀이거나. 각종 피해 상황에 방치돼 있는데 피해자는 누가 지원해달라고 말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사건에 주로 개입하고 있어요. 기사를 보고 찾아가기도 하고 기관이나 단체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죠.”

전화로 상담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고 했다. 대신 김 변호사는 도저히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는 그런 사건을 맡아 하는 중이었다.

그런 피해자일수록 처음엔 피해 얘기도 하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 점점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6개월 동안 만나기만 한 피해자도 있고, 오해가 있어 만나자마자 던진 물건에 맞아 보기도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사건을 맡아서 너를 구해줄게’ 제가 그런 해결사가 아니라는 거죠. 피해자가 사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가해자 처벌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냥 놔두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서 살게 해주는 등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예를 들어 그 전에는 과자 하나를 먹으려고 해도 이틀을 얻어맞아야 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과자를 먹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조금씩 자신의 나쁜 상황을 인지하고 본인을 주체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피해자들의 변화가 제 보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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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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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꼭 감사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청각장애 여성의 가해자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그는 수사부터 다시 하게 해 1심에서 검사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감사를 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피해자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당장 피해 자체가 너무 힘들잖아요. 사건 자체를 ‘내가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피해 이야기를 해준 거고, 그것에 대해 고마우니 사건을 같이 진행하면 됩니다. 결과가 좋으면 스스로한테 칭찬을 해줘요. 잘했다고.”

그는 시각장애인이 1종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등 관련 법 개정 활동에도 힘쓰고 있었다. 그는 최근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동이 죽었는데 CCTV가 없어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사고사 비슷하게 종결이 됐던 사건이 있었다며 특수학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만난 연하 남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이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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