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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W포커스] 전준우 향한 롯데의 시선, 좌익수 아닌 1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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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집토끼’ 전준우를 향한 롯데의 시선, 좌익수가 아닌 1루수다.

FA 시장에 나선 전준우(33)가 ‘딜레마’에 빠졌다. 핵심은 ‘포지션 변경’이다. 롯데는 전준우를 좌익수가 아닌 1루수로 보고 있다. 시즌을 마친 후 선수에게 관련 얘기를 했고 에이전트와의 만남에서도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롯데와 전준우 측은 약 열흘 전 첫 만남을 가졌다. 사실 꽤 늦은 만남이다. 롯데는 전준우에게 시장을 파악한 시간을 줬다.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선수 본인이 시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서로가 원활한 협상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전준우 측은 꽤 큰 규모의 계약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에선 이견이 없다. 최근 3년간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고, 홈런 역시 2017시즌 18개-2018시즌 33개-2019시즌 22개로 상위권이었다. 새 공인구 체제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부분이 인상적이다. 문제는 수비다. 롯데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기도 하다. 데이터팀에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야, 특히 좌익수 방면에서 피안타율이 높게 책정됐다. 한 해설위원은 전준우와 관련해 “수비 시 타구판단과 첫 스타트에서 아쉬운 부분이 보이더라. 송구 역시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는 전준우의 좋은 타격감을 최대치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좌익수보다는 1루수로서 더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1루수는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곳이다. 나이, 몸 상태 등을 고려해서도 1루수로 뛰었을 때 보다 롱런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전준우로서는 분명 고민이 될 만한 지점이다.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적응은 둘째 치고 선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롯데는 급할 것이 없다.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FA 계약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리한 것은 결국 선수다. 일단 포지션에 대한 합의를 해야 다음 단계로의 논의가 가능하다. 롯데는 1루수 전준우로 보고, 그에 맞는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롯데와 전준우 측은 다음 주 화요일에 두 번째 만남을 갖기로 했었지만 관련 내용이 전해지면서 결렬될 상황. 롯데도 한없이 전준우만 바라볼 수는 없다. 플랜A가 어렵다면 빠르게 플랜B, 플랜C로 가겠다는 각오다.

사실 롯데는 그동안 자유계약선수(FA) 계약과 관련해서 철저하게 함구해 왔다. 구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선수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서였다. 그렇다고 눈과 귀까지 닫은 것은 아니었다. 항간에 떠도는 각종 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팬들의 반응 또한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자꾸만 언급됐고, 결국 입을 열었다.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롯데, 중심엔 ‘프로세스’가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롯데만의 큰 그림을 그려가겠다는 것. 하석상대(下石上臺)식의 미봉책은 더 이상 없다. 실제로 투수 노경은과의 계약에서부터 포수 지성준, 내야수 딕슨 마차도의 영입 등 최근 롯데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와는 분명 다른 흐름이 느껴진다.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았던 전력 구상, 이번에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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