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TF의 눈] 황교안의 '8일 단식'이 남긴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11시 10분께 8일간의 단식 끝에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정미경·신보라(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곧바로 황 대표의 뜻을 이어받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동조 단식을 시작하며, 황 대표의 뜻은 이어지고 있다. /효자동=허주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목숨 건 투쟁으로 얻어낸 '보수 결집', '리더십 재평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간의 단식 끝에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선 '뜬금없는 단식', '민폐 단식', '정치 쇼' 등의 비판이 많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시기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인재영입', '보수 통합' 카드가 판단 미스, 섣부른 발표 등으로 역효과를 내던 때였다. 내부에선 당 쇄신론이 들끓고, 외부에선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늘고 있었다.

위기의 황 대표는 '단식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명분은 '지소미아 종료 철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공수처법 철회'였다. 단식으로 풀기 어려워 보였던 이 과제들은 이틀 만에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택하며 일부가 충족됐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황 대표 단식농성장을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황 대표가 지소미아에 대해 강하게 말해줘 협상의 지렛대가 됐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고 지소미아 연장에 공이 있음을 시인했다.

더팩트

27일 오후 8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의식을 잃은 후 병원으로 이송되던 당시. /자유한국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황 대표도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면서 단식을 이어가다 청와대 앞으로 단식 장소를 고정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 평소 황 대표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했던 거물급 인사들도 줄줄이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황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두 최고위원은 28일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내가 황교안,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 리더십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그를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주요 지지층도 결집했다. 황 대표 단식장 인근에는 늘 100여 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몰려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더팩트

지난 26일 청와대 사랑채 앞 황교안 한국당 대표 단식농성장에 모여든 지지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모습. /허주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신 정부와 여당을 향한 강경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선거법 개정안은 이미 부의됐고, 사법제도 개혁안도 내달 3일 부의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회 내 협상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당장 황 대표가 쓰러진 다음 날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발언' 왜곡을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며,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여야 4당은 여차하면 한국당을 패싱하고 패스트트랙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황 대표가 건강을 해치면서 이어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세 조건 중 두 가지는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부 결속 강화와 리더십 재평가라는 과실을 얻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sense83@tf.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