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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난 '멘털 야구' 전문가… 꼴찌 롯데를 춤추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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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새 선장' 허문회 감독]

넥센·키움 타격 코치 시절 선수들과 꾸준한 일대일 대화로 강타선 만들어낸 '소리 없는 영웅'

"마음 여유롭게, 행동은 면밀하게… 위축된 팀의 재편에 힘 쏟을 것"

롯데는 올해 '축하할 일'이 없었다. 정규리그에선 10개 구단 체제 최저 승률(0.340)로 꼴찌를 했다. 단일 시즌 팀 최다 폭투(103개), 최다 실책(114개) 등 불명예 기록도 여럿 새로 썼다. 지난 25일 2019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이 열렸지만, 롯데는 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 최우수선수(MVP)·신인상 후보는 고사하고 개인 타이틀 부문 수상자 하나 배출하지 못했다. 이날 롯데 1·2군 선수단은 잔치 장소(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대신 김해 상동야구장에 모였다. 선수들은 허문회 신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첫 단체 미팅을 하며 내년을 준비하는 첫 삽을 떴다.

◇'멘털 야구', 롯데에도 심는다

"인위적으로 소통 창구를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프리 토킹(free talking)이 일상이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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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 롯데 신임 감독은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허 감독이 지난 22일 경남 상동야구장에서 본지 인터뷰가 끝난 뒤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 모습.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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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상동야구장에서 만난 허문회 신임 감독의 첫마디였다. 키움 1군 타격 코치와 수석 코치를 거쳐 지난 1일 롯데 사령탑에 오른 그가 지켜본 롯데 선수들은 어딘가 위축되고 경직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네 생각을 확실하게 말하라"는 주문부터 했다.

허 감독은 선수와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멘털 야구'를 지향한다. LG 2군 타격 코치였던 2011년부터 태릉선수촌과 체육과학기술원 등에서 국가대표 멘털 트레이너와 스포츠 심리학 박사 등 전문가를 만나 배운 내용을 야구에 옮기기 위해 애썼다. 허 감독이 말하는 멘털 야구는 선수가 안정적인 심리 상태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훈련 방식과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박병호가 타석에서 몇 초 동안 배트를 노려보며 집중하는 동작, 서건창이 '배꼽 타법' 스윙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었던 티 배팅 훈련법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선수와 꾸준한 일대일 대화로 일군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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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키움 시절의 허 코치는 선수들이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였다. 타자들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할 때마다 '넥벤저스(넥센+할리우드의 히어로물 영화 어벤저스를 합친 것)'로 통하는 강타선을 만든 '소리 없는 영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드러내곤 했다〈그래픽 참조〉.

◇"지켜봐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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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올 스토브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팀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37) 신임 단장을 중심으로 팀 재편에 힘 쏟고 있어서다. 선발 요원인 베테랑 투수 노경은(35)과 계약했고, 2차 드래프트에선 좌타 외야수 최민재(25)를 지명했다. 외국인 선수 진용도 마무리 단계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을 뛴 우완 투수 애드리안 샘슨(28)을 영입했다. 브룩스 레일리(31)와 재계약 협상이 성사되면 1-2선발이 꾸려진다. 수비력이 돋보이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27)를 데려오고, 한화 포수 지성준(25)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방'도 보강했다.

예년과는 다른 구단의 행보에 롯데 팬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성 단장은 "선수 기용은 감독의 몫"이라며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감독처럼 매니저(Manager)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허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각 파트와 코치, 선수들과 허물없이 교감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천천히 서두르자'. 허 감독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혀 있는 글이다. 마음은 여유롭게, 그러나 행동은 주도면밀하게 하자는 다짐이다. 소통에 이르는 과정이 답답하고 더뎌 보여도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라는 신념도 담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선수뿐 아니라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고향 열혈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아야 한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청하자 청산유수로 야구 얘기를 풀어가던 허 감독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곤 짧고 굵게 말했다. "지켜봐 주이소!"

[김해=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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