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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세계는 구독경제... 곧 글로벌 기업 75%가 구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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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소유’보다 ‘경험’이 삶의 질 척도
밀레니얼 세대가 변화의 핵심
변화의 물결 속 기회 찾아야

조선일보

그림, 자동차, 집 등 기존에는 소유하거나 큰 비용을 지불해야 누릴 수 있었던 재화가 구독료를 내면 소유하지 않고도 체험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합류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픈갤러리, 리베토, 포르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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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서울 강남 인근으로 회사를 옮긴 배진우(36·가명)씨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자 회사 근처에 있는 코리빙(co-living) 하우스에서 3개월간 살기로 했다. 코리빙 하우스는 한 채의 집을 나눠서 쓰는 셰어 하우스와 달리 개인 공간은 분리하되 건물 내 공용 공간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거공간이다. 셰어 하우스에 공간구독의 개념을 더한 것으로 보면 된다. 배씨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강남에만 수십 곳에 달하는 다른 코리빙 하우스를 경험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주차비를 고려해 차량 구독 서비스도 이용하기로 했다. 온라인몰에서 생수·휴지·면도기·영양제 등을 2주마다 정기 배달받는 서비스를 신청했고 매월 1회 방 청소 서비스도 등록했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전문가가 매주 추천하는 술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월 1만원에 서울 시내 50여 개 주점에서 매일 주류 첫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멤버십도 가입했다.

정기구독료를 지불하고 원하는 만큼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가 빠른 속도로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에서 소비자는 ‘산 만큼’ 대가를 지불했다. 소유해야 경험할 수 있는 시대였다. 이후에는 소유하지 않고 ‘사용한 만큼만’ 대가를 지불하는 공유경제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소유나 공유나 어쨌든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관리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고정 비용을 내면 제약 없이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다. 무엇을 사고 쓰는 것이 좋을지도 정해준다. 소비 과정에서 투입해야 할 에너지를 줄이고 고통을 덜어준다.

◇진화하는 구독경제

조선일보

우유, 신문 배달, 정수기 렌털 등 이미 존재했던 구독경제가 이제 와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지금의 구독경제는 과거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유나 신문 등 사람이 직접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구독경제는 가장 초기 모델인 1세대에 해당한다. 이후 정수기·안마의자 렌털이 2세대다. 2세대는 큰 금액을 나눠서 지불하는 할부 개념이 강하다.

3세대 구독경제는 빅데이터·큐레이션·클라우드 등이 접목됐다.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갖췄고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떤 재화와 서비스가 적절한지를 제시하는 전문성이 곁들여져 있다.

구독경제를 통해 소비자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기업은 안정적이면서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나 기업이나 양측 모두 윈윈(win-win)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확산 속도가 빠르다. 광 통신망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IT) 발전도 구독경제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구독경제 용어의 창시자인 주오라 창업자 티엔 추오는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독경제 강연에서 자신의 언더아머 신발에 부착된 센서를 보여주며 "오늘 529㎉를 소모했다"며 "앞으로 모든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돼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고, 고객과 상호작용을 유도해 수많은 구독경제를 창조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가 구독경제 시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강력한 소비 주체인 이들은 저성장 경제와 높은 실업률, 고용 불안 등을 경험했다. 정액제는 사용한 만큼 지출해야 하는 소비의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비단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다. 이들은 누가 얼마나 소유했느냐보다 얼마나 더 많은 경험을 했는가가 인생의 풍요로움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여긴다. 체험하고 느끼면서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인생 목표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구독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 신화를 쓰고 있고, 국내에서도 걸음마를 떼고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발간한 경영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7년 미국에서 정기구독형 서비스 이용자가 11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자상거래 중 1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에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전망했다. 주오라가 개발한 ‘구독경제 지수’는 S&P500 판매 지수보다 9배, 미국 소비판매 지수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이런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은 기업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기업은 거대한 변화의 기류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구독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주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내 집 마련’보다 나를 위한 공간을 구독하는 코리빙 하우스에서 살아보고, 월 이용료를 내면 고급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독했다. 큐레이터가 엄선한 그림도 빌려봤다. 구독경제의 창시자 티엔 추오 주오라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구독경제의 성공 열쇠는 무엇인지도 들어봤다.

◇Infographic
구독, 어디까지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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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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