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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종료시한 6시간 남기고 반전… 전문가들 "최악 피하고 차상 택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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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균열 후폭풍 감안
전문가 "부작용 감당 안됐을 것"
막판 정책변경 논란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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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관계를 벼랑끝으로 몰고갔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생명을 연장했다.

미국의 공개적인 연장 요구에도 일본의 경제제재 해제가 우선이라던 정부는 마지막까지 고심끝에 '조건부 연장' 카드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관계의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최악을 피하고 차상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 "지소미아 유지 잘한 결정"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외교안보전문가들은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소미아 종료가 가져올 한·미동맹 균열 후폭풍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유연성을 보여줬다는 시각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완벽하게 해결돼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최악을 피하고 그 다음 좋은 차상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한·일간 협력의 여지를 남기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모든 비난을 우리 정부가 질 수 있는 상황을 피했다는 것에 점수를 줬다. 지속적인 대일 강경책은 안된다고 판단하고 일본의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소미아를 폐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잘한 결정"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종료를 강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결정한 것도 무리였고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꺼낸 것도 무리였다"면서 "이같은 갈등은 소통부재로 인해 한·일간에 신뢰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소미아는 정보공유의 내용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안보연계라는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일 전략적 판단 결과

지소미아는 사실상 종료되는 분위기였지만 마지막에 뒤집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지소미아 연장요청에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처를 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3개월 가까이 고수하던 입장을 바꾼 것은 미국의 압박과 후폭풍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입김이 많이 작용을 한 것"이라며 "정부는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미 동맹과 한·일 간 정보공유에 밑지는 것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에 있어 불신의 폭이 커질 뿐만 아니라 미국이 아시아 안보전략에 금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이 겪어야 하는 조치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 상태로 지소미아가 종료됐을 때 닥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정적 파급효과가 감안됐고 가장 큰 것은 미국이 원치 않았다는 점"이라며 "한·일 공히 미국과 동맹 맺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이 원치 않는 것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느슨해지고 미국이 우려한 대로 북·중·러에만 유리한 결과가 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일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얘기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결정은 한·미 동맹이 중요하고 동맹을 신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에 종료했다면 일본과의 관계, 협상도 어려워졌을 것인데 앞으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일감정 앙금 여전히 '숙제'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지소미아의 연장이 결정됐지만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여전한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29%에 불과하고 20%는 답변을 유보했다. 특히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일본 여행객은 반토막 났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되고 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강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일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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