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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짜리 모피, 69만원에 팔아요"…'동대문 카피'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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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제국]③정부도 대책마련에 어려움…대대적 단속도 어려워

온라인 플랫폼·디자니어 협업 공간 활용 방안…"상권 살려야 근절"

[편집자주]"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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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임시 매장 진열대에 걸린 상품. 매장주는 가운데 상품을 놓고 "막스마라 스타일 구스 다운인데 디자인 잘 나왔다. 판매가 13만원"이라고 말했다.2019.11.20© 뉴스1배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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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이승환 기자 = "랑방 스타일 100% 울 재킷이에요. 가격은 8만원으로 도매가와 같아요." "막스마라 스타일 구스 다운인데 디자인 잘 나왔죠? 13만원만 주세요."

지난 20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임시매장 안. 상인들은 '랑방' '막스마라' '타임' 등 유명 패션 브랜드를 언급하며 '호객'을 했다. 상표는 도용하지 않고 자체 상표를 붙인 '카피 상품'이었다. 한 상인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모피 코트 '카피' 제품을 놓고 "진품 가격은 1500만원"이라며 "해당 (카피) 상품 가격은 69만원으로 10분의 1 이하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의 카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카피 상품을 '동대문 시장만의 문화이자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는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대적으로 카피 상품을 단속했다간 'K패션' 주역이었던 동대문 상인들이 일터를 잃을 수 있다. 정부가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동대문은 '카피의 천국' 오명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피 상품은 흥행 보증수표…"소비자 인식 전환없이 근절 어려워"

동대문에서 '카피' 없는 곳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의류는 물론 액세서리와 신발을 비롯한 카피 상품이 가지각색이었다. 동대문 맥스타일 건물 지하 1층도 마찬가지였다. 화재로 타버린 제일평화시장 3층 상인들이 이곳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고가의 모피 카피 상품들이 깔끔하게 진열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풍성한 털로 눈길을 끄는 모피 코트 가격을 물었다. 매장주의 대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69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이었다. '로로피아나' 모피 코트 카피 상품이었다. '시장 가격인데 왜 이렇게 비싸지' 생각이 들었지만 매장주는 "진품 제품 가격의 10분의 1 이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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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명품 카피 제품을 홍보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왼쪽부터)막스마라 코트 카피 상품, 샤넬 트위드 재킷을 카피한 상품.(해당 사이트 캡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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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상품이 동대문에 가득한 이유는 판매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업자·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사) 등이 카피 상품을 납품받아 '샤X 원피스 스타일' '보X가베네타 벨트 스타일' 식으로 온라인에서 홍보해 판매 수익을 올린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셈이다. 결국 카피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어 디자인 도용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와 비슷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영화나 도서, 미술 작품 등 다른 문화 상품의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졌지만 패션계 소비자들은 '디자인 카피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류업체 '캄퍼씨' 송승렬 디자이너도 "카피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전환 없이는 디자인 도용을 근절할 수 없다"며 "'카피 상품은 범죄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 살아나야 카피 근절…정부 지원 필요"

업계에서는 동대문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해 디자인 카피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피 근절 방안으로 '상권 살리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상품 퀄리티(수준)만 놓고 볼 때 동대문 카피는 원단과 재질 등이 웬만한 패션 브랜드를 뛰어넘는다. 스타일난다와 무신사 등 국내 패션 업체들이 동대문에서 시작해 초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동대문의 수준 높은 자체 제작 역량을 카피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진 디자이너나 독립 브랜드 디자이너 등이 자체 브랜드를 제작해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된다. 동대문 상인과 국내 디자이너의 '협업' 공간으로 동대문을 조성하자는 의미다. 동대문 상권 인지도를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 패션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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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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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회장은 "동대문 상권이 살아나야 디자인 카피도 근절될 수 있다"며 "지역 발전 인프라로 소방서를 만들 듯, 동대문 패션단지 기반시설를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을 설립하는 것도 상권 활성화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대문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하려면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도 "동대문은 우리나라 패션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국내 패션계 성장에 그만큼 기여했다는 의미인데, 동대문에서 카피가 아닌 창조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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