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소미아 종료 'D데이'…한·일, ‘제3의 길’ 없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물밑 움직임 분주 / 오전부터 NSC 이례적… 변수 점검 / 靑 ‘105자짜리 한 문장’ 입장문 발표 / ‘日 규제 풀어야 연장’ 입장은 유지 / 美 자극할 경우 ‘득보다 실’ 우려 커 / 김현종 극비 방미 ‘최악 피하기’ 조치 / 美 고위급 잇단 방일… 해법찾기 나서

세계일보

제6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일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2일 밤 12시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정부의 물밑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통상 오후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오전으로 당겨 막판 변수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본과 외교채널을 통해 지소미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상도 시도했다. 미국도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달아 일본을 방문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세계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靑 “日 바뀌어야 연장”… 美와의 관계 고심

청와대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해야 지소미아 연장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 안보를 문제 삼아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만큼 일본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도 안보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거듭 못 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그러나 “이대로 지소미아를 종료하는게 맞냐”는 현실적 고민도 존재한다. NSC 회의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이날 오후 4시 20분에야 나왔다. 내용도 ‘주요 관계국과 긴밀 협의 지속,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 논의’ 등의 표현이 담긴 105자짜리 한 문장이 전부였다. 청와대가 입장 정리에 고심했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협상 중이고 북·미 3차 정상회담을 견인해야 하는 처지다.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을 자극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극비 방미해 고위 인사들과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한 것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양국이 조금씩 양보해 협상의 여지를 만들 경우 종료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일보

2016년 11월 2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일, ‘제3의 길’ 없나

지소미아 종료 혹은 철회가 아닌 ‘제3의 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제안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자체를 유예하자는 것이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제기되는 ‘종료 결정 유예론’은 지소미아 문안 자체엔 없다. 다만 이론적으로 지소미아가 협정이기 때문에 결정 자체를 유예할 수는 있다. 양국 정부가 결정적인 상처를 피하면서 일종의 갈등 회피 내지 갈등 조정을 위해 종료 결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가는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을 달거나, 유예기간 혹은 횟수도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예가 현실화하면 향후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될 경우 ‘지소미아 복귀’를 상정하더라도 복잡한 절차를 다시 거칠 필요가 없다.

이럴 경우 한·일 양국은 해법을 논의할 시간을 벌게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안한 ’1+1+α(알파)’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 제안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긍정 평가한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피해자들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청와대도 피해자들과 계속 만남을 갖고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연합뉴스


◆美 고위 인사, 잇단 방일

미 국무부는 일본 나고야에서 22·23일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존 설리번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방일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고위 관리들을 만난 뒤 22일 나고야로 이동할 예정이다. 설리번 부장관은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미 대표단을 이끌고 21일부터 24일까지 나고야를 방문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일 양국에 지소미아와 관련해 ‘창의적 해법’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김달중·이정우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dal@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