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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죽음’을 증명하라](2)개를 가축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개 식용’ 법원 판단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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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도살 재판의 중심, 식용 문제

경향신문

초복을 앞둔 지난 7월7일 서울광장에서 ‘개 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가 열렸다. 보호자를 따라온 반려견이 ‘개 식용 종식’이라 쓰인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서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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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축산물위생법상 가축 아냐

1심 무죄 판결 “식용 목적 이용”

“현실 따져 가축·개 다르지 않아”

파기환송심 유죄 우려한 육견업

돈 모아 판사 출신 변호사 선임

“축산물위생법 도살 방법에 불과”

다시 나온 축산·식용 산업 논리


“개 키우고 있는 분들이 다 60·70·80대 노인들이거든요.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이렇게 개 키워서 살았는데, 그렇다고 우리만 살고 욕심 채우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래 못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 판사님, 검사님, 좀 도와주세요. 현실입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부탁 좀 드립니다.”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에 나온 ‘개 도살 사건’의 피고인 이모씨가 파기환송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이씨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입에 대 감전시켜 죽였다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보호법은 “누구든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개 도살 사건 중심에는 ‘개 식용’ 문제가 있다. 이씨 측은 개를 먹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데도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도 이씨의 ‘한국 현실’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개가 식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과 개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은 21일 정부가 개 식용과 도살을 방치하는 게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소원을 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개 농장과 도살장, 재래 개 시장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안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동물 학대와 잔혹한 환경을 목도하며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개를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일반 국민들의 행복추구권도 침해받고 있다”고 했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법원은 파기환송심 판결을 내놓아야 한다.

■ 육견업자들의 항변

지난해 11월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열린 10번의 파기환송심 공판 법정은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육견업계 인사들로 자리가 채워졌다. 대한육견협회 등은 지난해 9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뒤 사건을 주시했다. 이씨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육견업 종사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1·2심 때는 국선변호인이 이씨를 변호했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개 농장과 보신탕 식당 운영자 등이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원했다. 부장판사 출신 위현석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이들은 전기도살이 나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과거엔 개를 매달아 몽둥이로 때려 죽였는데 지금은 전기도살로 대부분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를 죽이는 방법을 규정한 법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개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고안한 방법이 전기도살이라고 주장한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법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도축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목을 매달아 죽이는 방법, 동종이 보는 데서 죽이는 방법, 사람들이 다수가 있는 데서 죽이는 방법 등 잔인하다고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들만 피하면 된다”고 했다. 주 사무총장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전기도살이 가축 도축에서 제일 보편적으로 쓰이다 보니 개도 99%는 전기도살을 한다”고 했다. “동물을 죽이는 것이 잔인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죠. 소를 죽이는데 소가 눈물 안 흘립니까? 도살장에 끌고 가려면 안 들어가려고 뒷걸음질 치고 난리입니다. 소나 돼지도 전기로 자극한 다음 망치로 때려 죽여요. 일반인들이 도살장 가서 죽이는 현장을 보면 전부 다 역겹다고 해요. 동물을 먹지 않으면 괜찮지만 사람이 동물 안 먹고는 생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규정한 게 가축이라는 범주잖아요.” 이씨는 피고인신문 때 “사람들은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잡는 것은 싫어한다”고 했다.

위 변호사는 1800자 분량 최후변론에 핵심을 집약했다. 그는 이씨가 부당한 사회적 비판을 받은 ‘소수자’라고 했다.

“피고인은 축산 노동자입니다. 수도권의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변방으로 밀려나서 이 사건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게 됐습니다. (…) 피고인은 개 사육과 도축 자체가 범죄가 아님에도 전근대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멸시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 육견업에 종사했던 피고인이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입니다. (…) 공동체가 동물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땅합니다. 그러나 근대적 인권의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됩니다. 독일 국가사회주의(나치)가 동물실험에 반대해 동물보호법을 제정하면서도 정작 아우슈비츠에서는 인간 학살을 했던 역사에 비춰봐도 그렇습니다.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치가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금지된 행위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개념의 외연을 특정하는 기준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로, 분풀이로, 과시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마땅히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축산을 위해서 도축하는 것을, 생업을 위해 도축하는 사람을 학대의 발로로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한 사람과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입각해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개에게 고통 없을까

동물권 단체 쪽에선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개를 명시하지 않은 이유가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본다. 이씨의 전기도살이 이 법에 정해진 ‘전살법(電殺法)’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씨의 전기도살 방법은 개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까.

지난 8월13일 재판에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우 교수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면 죽음 전에 무의식 상태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동물보호법 10조는 먹는 용도 또는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도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뇌에 전기를 흘려서 무의식이 된 상태에서 10~15초 내에 방혈(경동맥을 절단해 심정지 시키고 산소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해야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우 교수는 말했다. 전기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댔을 때 기절은 할 수 있어도 죽는다고 장담할 수 없고, 죽지 않았다면 전기 때문에 생긴 고통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는 게 우 교수 말이다.

동물보호법 10조로 따진다면

먹는 용도라도 고통 최소화해야

증인으로 나온 수의학과 교수

죽음 전 무의식 상태 여부 ‘핵심’

“입에 쇠꼬챙이…뇌에 전류 안 가

의식 있는 심정지 상태로 판단”

유죄 땐 형사처벌 가능성 열리고

무죄 땐 동물보호법 조항 무력화


“개의 뇌에 전류를 통하지 않으면 고통을 못 느끼는 무의식 상태가 되지 않고 심장에 전류가 전달되면서 심방세동 상태가 되는 것이죠?”(검사)

“심정지라고 보면 됩니다. 사람도 전기총으로 범인을 잡는데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의식은 있는 것이고요. 가축에게 (전기 충격을) 했을 때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 상태이죠. 그래서 미국 수의사회에서도 전기로 안락사를 시킬 때는 전극의 위치까지 이야기합니다.”(우 교수)

“220V나 380V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넣었다면 인도적인 도살이 맞나요?”(검사)

“입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눈과 눈 사이나 귀 뒤가 뇌와 연결되기 때문에 그곳에 전기를 댑니다. 그런데 입에 대면 아래쪽으로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뇌에 전류를 유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입에 쇠꼬챙이를 대는 것은 무의식 상태를 일으키는 데 충분하지 않습니다.”(우 교수)

명보영 수의사는 “개는 소·돼지와 같은 산업동물이 아닌데 소·돼지의 기준에 맞추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 재판에서는 개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기를 썼을 때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고,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침흘림 같은 스트레스 양상은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인 동물도축세부규정을 보면 전살법도 동물별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있다. 돼지는 어떤 전압에서도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뇌 부위를 2~4초간 통전시켜야 하고, 닭은 60㎐ 사인파 교류전류를 이용 시 전압에 관계없이 최소 100mA의 전류로 4초 이상 통전시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애초 개는 전기도살의 구체적인 방식을 정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는 “동물의 크기, 체형, 털의 길이, 몸의 수분 등의 표준이 있어야 어느 정도의 전류를 머리 어디에 댈지 설정할 수 있다”며 “개는 1.5㎏짜리 치와와부터 50㎏의 그레이트 덴까지 무게가 다양하고 전도가 잘되는 근육질이거나 지방이 많은 개, 장모종과 단모종으로 나뉘는 등 굉장히 특수한 동물로 표준 전류와 통전 시간을 설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개 도살장으로부터 죽은 개를 넘겨받아 식당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는 ㄱ씨는 개 도살이 별다른 기준 없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개 도살장은 양돈 도살장처럼 시설을 못 갖추니까 고기 잡는 전기 바이브레이터를 사요. (전극의) 한쪽은 케이지 철망에 감아놓고 한 쪽은 쇠꼬챙이에 달아서 개에게 대는 거예요. (…) 쇠꼬챙이가 보면 별 거 없어요. 바이브레이터는 청계천이나 전파상에서 다 팔아요. 불법어로 행위한다고 불법 밧데리 사용하는데 다 그거 갖고 하는 거거든요. 샘플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재판

유죄가 선고되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개 전기도살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무죄가 선고되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인 경우 처벌하는 동물보호법 조항 의미가 사실상 없어진다. 다만 동물보호 관점에서만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형사재판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개 식용 문제를 방치해왔다. 국제사회 비판이 나올 때만 한시적으로 개 식용을 규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1984년 서울시는 갑자기 보신탕이 ‘혐오 식품’이라며 서울시내에서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2001년 국제 동물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보신탕 등 동물학대 추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인기가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

검사는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한국 법 체계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게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벌금형이다.

◆“내달 개 식용 금지 헌법소원 청구”



경향신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회원들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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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변호사단체

“도살장 주변 주민들 고통 호소

반려견 절도 피해자 기본권 침해

현행법상 식품원료로 인정 안돼”


경기 김포시에 사는 신모씨의 전원생활은 약 10년 전 집 근처에 개 농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지옥으로 변했다. 그는 지나다니면서 개를 도살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충격을 받은 데다, 밤새 울부짖는 개들의 소음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 끝에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아 4년째 치료받고 있다. 신씨는 “밭농사 짓던 땅까지 개들의 핏물과 오수가 흘러들고, 사체 썩는 냄새와 개가 도살당하면서 내는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괴로워서 이사를 가려고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부동산에서 개 농장 때문에 팔기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씨처럼 개 농장, 개 도살장 등 식용견 산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이 식용견 사육, 불법 도축 등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국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식용견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초 헌법재판소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국화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정부가 방치하는 탓에 도살장 주변에 사는 주민이나 반려견 절도 피해자 등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 700명의 청구인들은 개 농장과 개 도살장, 개 시장 등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동물학대와 잔혹한 환경을 목격하면서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규모 개 농장과 도살장 인근 주민들은 개에게 주는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로 인한 악취, 사체 태우는 냄새,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 등 소음과 폐기물 무단 투기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청구인 중에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개 농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되찾은 보호자와 절도당한 반려견이 재래 개 시장에서 도살된 이들도 포함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라와 PNR은 현행법상 개는 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개 도축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 식용 관련 민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개고기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위생적인 도살, 해체 및 검사가 불가능”하며 “식품으로서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식품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혜리·김기범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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