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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유치원 대란’ 재현되나…유치원 3법 표결 앞두고 “사유재산”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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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광주 광산구 한 유치원에 원생들이 등원하고있다. 이 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광주지회는 개학 연기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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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립유치원 부정회계 적발로 만들어진 ‘유치원 3법’이 1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 상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최종 표결을 남기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사유재산권 침해” 논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통과 전망은 안갯속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총력 통과”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 원장 등 운영진이 예산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지정안건)에 오른 유치원 3법은 국회선진화법상 숙려기간 330일이 지나 오는 22일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오전 회의에서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회에 주어진 시간이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3주도 안 남았다”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유치원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둔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국회의원 모두 법안 통과에 대해 함께 협조하고 노력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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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의 본회의 자동상정과 표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둔 일부 국회의원들은 한유총의 협박과 으름장에 좌불안석"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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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원안을 대표발의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쪽에서 1년 간 악착같이 총력 로비를 해 본회의 표결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을 앞둔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유총의 협박과 으름장에 좌불안석”이라며 “앞으로 있을 본회의 표결은 유치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민과 한유총 간 최후의 총력전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은 ‘박용진 안’을 일부 수정한 바른미래당 ‘임재훈 안’이다. 임 의원은 여야 중재안을 만들면서 정부의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고, 대신 지원금을 목적에 어긋나게 쓸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 대신 시행 첫 1년 간 처벌 적용을 유예하는 조건을 담았다. 한국당은 당시 “학부모 부담금의 교육목적 외 사용에 대해 형사처벌하자는 것은 사적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립 유치원을 국공립 유치원으로 하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임 의원이 이달 6일 “중재안을 발의한 지 이미 1년이 다 돼간다”며 ‘처벌 1년 유예’ 조항마저 삭제한 수정안을 다시 내자 한국당이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작년 연말 문제가 됐던 유치원 3법에 지금 또다시 꼼수가 동원되고 있다”며 “사유재산권과 민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겠다는 법을 기습수정까지 해가면서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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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최한 '전국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학부모 대표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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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이번 ‘임재훈 수정안’에서 형사처벌 수위를 두 배 상향 조정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6일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올렸다. 나 원내대표는 “그대로는 통과시킬 수 없다”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쳐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무난한 통과가 점쳐지던 유치원 3법은 제1야당의 반발로 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올 초 ‘유치원 대란’ 이후 국민 관심이 사그라들자 한유총 로비가 힘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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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참여 촉구 및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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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사태가 있었던 1년 전 들끓던 여론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국민과 언론의 무관심, 빈틈을 한유총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고 있다”며 “법안이 부결되면 사립유치원에 국민 혈세를 더 많이 지원하고 그 돈이 일부 주머니로 들어가는 과거로 되돌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여야가 지난 1년 간 정쟁으로 심도 있는 법안 논의를 미루다가 막판이 돼서야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타협 여지를 못찾고 있다는 데 있다. 임 의원은 “중재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는데도 논의 진전이 전혀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는 12월 3일 이후 유치원 3법을 본회의에 상정,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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