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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찰 '마음동행센터' 대폭 늘었지만···일선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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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밤낮없이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마음동행센터'가 외면받고 있다. 경찰은 올해 마음동행센터를 대폭 늘렸지만 바쁜 업무에 동료들의 부정적 시선까지 겹치면서 정작 일선 직원들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14년부터 전국 각지에 '마음동행센터' 18개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트라우마 등 경찰관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문 상담뿐 아니라 필요시 병원과 연계해 통합 심층검사, 치료까지 가능하다. 상담 및 치료 비용은 전액 지원된다.

뉴스핌

<자료=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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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까지 전국 9개소에 불과했던 마음동행센터는 올 하반기 약 2배 늘어 총 18개소가 됐다. 경찰청은 추가 신설된 마음동행센터를 통해 경찰관의 자살예방 및 사기진작 효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마음동행센터 이용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다. 마음동행센터 이용자 수는 2018년 기준 2895명이다. 약 12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경찰관 인원을 고려하면 지극히 적은 숫자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도 바쁜데 교대 근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마음동행센터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퇴근 이후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음동행센터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따로 연차휴가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음동행센터의 위치 역시 방문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전체 경찰 인원 중 약 41%가 속한 서울·경기 지역에 자리한 마음동행센터는 서울 2곳, 경기 2곳 등 총 4곳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 마음동행센터의 수용 가능 인원은 한해 최대 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마음동행센터 이용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부정적 시선도 문제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은 "마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알려지면 나중에 승진 과정에서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며 "근무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시간을 내서 다녀오기도 어렵다"고 했다.

마음동행센터 진료기록과 이용내역 등은 비밀로 보장되지만 근무 중 이용할 경우 소문이 나기 쉬워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정신병원 다니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 단위로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 정신상담을 추가하면 자연스레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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