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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소득분배 개선에도 자영업은 몰락…저소득 무직자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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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효과” 자화자찬 이면 들여다보니

세금·이자 6.9% 늘 때 쥐꼬리 소득 1.5% ↑

사업소득 역대급 감소, 하위 20% 절반 무직

‘역대 최악’ 작년보단 낫지만 금융위기 수준

이데일리

세종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인근에 위치한 중앙타운 상가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분배 지표 개선세”라며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현실이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청와대·정부가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자영업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일자리 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저소득층 무직자가 늘었다. 소비·투자 부진에 내수가 얼어붙은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9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이하 전년 동분기 대비)’에 대해 △1분위(하위 20%) 소득 4.3% 증가 △중산층을 포함한 2~5분위 소득도 증가 △소득격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기준) 감소 등을 근거로 “뚜렷한 개선세”라고 평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소득 분배 개선”,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표를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자화자찬하기에는 이르다. 홍 부총리가 1~5분위 소득 증가라고 발표한 것은 명목 소득 기준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을 보면 올해 3분기에 5분위(상위 20%) 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0.9%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조세·이자·사회보험료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물가인상률 수준인 1.5% 늘 때 비소비지출은 6.9%나 올랐다.

특히 사업소득 악화가 심각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작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다. 증감률은 작년 4분기 -3.4%, 올해 1분기 -1.4%, 올해 2분기 -1.8%, 올해 3분기 -4.9%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4.9% 감소율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중산층도 사업소득이 급감하는 양상이다. 올해 3분기 사업소득을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3분위(상위 40~60%)는 0.8%, 4분위(상위 20~40%)는 10%, 5분위(상위 20%)는 12.6% 감소했다. 이 결과 올해 전체 가구의 소득 증가율(명목 기준)은 2.7%로 작년 3분기(4.6%)보다 감소했다. 사업소득 감소가 전반적인 소득 증가세를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 하위층인 1분위 여건도 녹록지 않다. 무직 가구는 작년 3분기 53.5%에서 올해 3분기 55.4%로 늘었다. 1분위(하위 20%) 가구 중 근로자 가구도 작년 3분기에 31.7%에서 올해 3분기에 28.1%로 줄었다.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늘려 1분위 가구·고령층의 소득 개선을 추진했음에도 불구 오히려 근로자 가구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1인 가구를 포함한 소득 증가율도 주춤한 상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21일 공표된 1분위 소득 증가율은 4.3%였다.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하면 1인 가구 기준 1분위 소득 증가율은 1.4%로 떨어진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건설·설비투자 등 전반적인 내수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로 내려가거나 무직가구로 전환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렇게 소득 상하위층 모두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다 보니 소득 양극화는 여전한 상황이다. 소득 격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기준)는 5.37배로 3분기 기준으로 작년(5.52배)보다 낮아졌지만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5.18배)보다 여전히 높았다. 작년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48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소비·투자 등 민간 분야의 부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규제를 풀고 민간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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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원. [출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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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의 증감률이 작년 3분기보다 4.9% 감소했다. 이는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년 동분기 대비. 단위=%. [출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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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를 비교한 올해 3분기 소득격차(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가 5.37배로 작년 3분기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작년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단위=배. [출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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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작년 3분기보다 6.9%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 조세는 12.7% 증가했다. 소득은 1.5%(처분가능소득 기준) 늘어나는데 그쳤다. 단위=%.[출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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