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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비건 “북, 도발 단계로 회귀 가능성”…최선희 “핵문제 협상탁서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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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난항 기류…비건 “기회 놓치지 말라”며 최선희에 직접 협상 나서라 촉구



경향신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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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이 외교가 시작되기 전보다 더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핵 문제가 (미국과의) 협상탁에서 이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양측이 서로를 압박하며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발언들을 따져보면 북·미 협상을 둘러싼 징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책임지는 대북특별대표인 비건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고 5차례나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중대 성과로 강조해온 와중에 ‘국무부 이인자’ 지명자가 그 종지부가 찍힐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두고도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가 만든 데드라인”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양 정상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결과를 실질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합의 또는 합의에 가까운 것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자신의 부장관 승진을 두고 “미국이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했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대신 최선희 제1부상을 카운터파트로 요구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임을 받는 최 제1부상과의 협의를 통한 실질적 진전이 담보돼야 3차 ‘톱다운 담판’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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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스크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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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 제1부상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면담한 뒤 ‘미국 쪽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메시지는 없다”면서 “아마도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흥미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이 담화를 발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상황들을 종합하면 북·미 실무협상 논의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비건 지명자가 북한에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거론한 것일 수 있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두고도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라고 잘랐다. 반면 북한은 스스로 설정한 연말 시한에 집착하면서 재선 선거운동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핵화 상응조치에 관한 구체적 약속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이 상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와중에 만약 북한이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도발을 선택할 경우 삐걱대던 북·미 협상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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