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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청년 없는 청년정치]“일자리가 다가 아냐” 청년의 삶 이해해야 청년정책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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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알맹이 없는 청년정책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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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청년법안 처리율 27%

발의된 229건 중 62개만 처리해

임기 첫날 발의됐던 청년기본법

3년이나 지나서야 상임위 심사


젊은 세대 근본적 문제 파악 우선

청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예산 지원 방식도 함께 변화할 때

내일채움공제 등 직접지원 늘려야


고용촉진에만 매몰된 기존법 한계

청년들 “청년기본법 제정 절실”


청년이 행복한 나라.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청년을 호명하는 여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정치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청년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청년세대에 대한 피상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대 국회의 청년정책 현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 법안 처리율 27.1%, 청년 입법 표류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취합한 자료를 보면 20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청년 관련 법안은 229건이다. ‘청년 관련’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잡은 결과다. 그중 62개 법안이 처리됐다. 처리율 27.1%다.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 전체 법안 처리율 30.5%보다 낮은 수치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2016년 10월 발의한 청년첫일자리지원특별법이나 정의당 심상정 의원(현 당 대표)이 지난해 3월 발의한 청년사회상속법은 발의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국회 내에서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 임기 첫날인 2016년 5월30일 발의된 청년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여야 단일안까지 나왔지만, 지난달에야 상임위 법안심사에 들어갔다.

특히 청년기본법의 경우, 청년정책의 기본 토대로 주목받았다. 청년의 의미를 법으로 규정했다는 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에 대한 책무를 분명히 명시했다는 점에서다. 법안은 국무총리실이 5년마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청년기본법의 이 같은 내용들은 전에 없던 것들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한국 청년정책은 기본 설계도 없었다는 뜻이다.

■ 청년정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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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은주 청년부의장은 “청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잘라 말한다. 청년정책의 방향과 내용, 청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원과 수혜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아닌 청년세대가 겪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법안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청년사회상속법은 상속세와 증여세 등을 재원으로 만 19세 청년들에게 1000만원씩을 배당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검토했던 청년사회출발자산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다. 기본 출발선에 서지 못한 청년들을 트랙 위로 올리기 위해서는 이처럼 ‘파격적인’ 내용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검토 중인 청년주거 국가책임제도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청년주거 국가책임제는 청년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그간 청년 주거정책이 가난한 청년들에게 답이 되지 못했다는 반성도 담고 있다.

정책 예산 집행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가 지난 8월 분석한 ‘2019년 중앙정부 청년정책 추진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는 올해 7월까지 158개 청년정책 사업에 예산 20조8000억원을 집행했다. 그중 청년 대상자에게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은 전체의 11.8%에 그쳤다. 대부분 기업이나 기관에 예산을 제공해 청년들이 혜택을 누리게 하는 간접 지원 방식이었다.

청년에게 직접 예산을 지원하면, 당사자 스스로 자기 상황에 맞춰 필요에 따라 돈을 쓸 수 있어 그만큼 효과적이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청년정책 중 내일채움공제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제 같은 직접 지원 방식을 담은 정책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예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제를 통해 구직을 원하는 청년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했더니, 아르바이트 비율은 줄고 구직활동 비율은 늘었다는 고용노동부 발표가 나왔다. 생계비 부담을 덜면서, 구직활동에 나설 여유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 다시 청년기본법

경향신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2016년 5월30일 국회 의안과에 청년기본법안 등 9개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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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달라진 사회 현실을 포착해야 실질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년세대에서 1인·비혼·여성 가구가 크게 늘었지만 제도는 변화를 좇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 같은 비정형 노동도 고용주와 노동자로 양분된 현행 법체계가 온전히 품지 못하고 있다.

청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책 지속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당장 청년구직활동지원금제만 해도 “취직하라고 돈 줬더니 밥값으로 다 썼다”는 보도가 나오는 현실이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이사는 “청년정책을 이야기하면 사지 멀쩡하고, 나이도 젊은데 무슨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들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라도 청년기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현재 청년정책의 근거 법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청년을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법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만 해결되면 청년 문제도 끝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기본법은 이 같은 인식을 전환하는 내용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청년세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을 시행한다고 규정한다. 고용촉진에만 매몰된 기존법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청년기본법을 토대로 정책의 방향성과 내용이 다시 짜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즈 목차>

① ‘이벤트’가 된 청년 공천

② 청년정치인이 본 국회

③ 알맹이 없는 청년 정책

④ 청년정치 시작은 연대부터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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