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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벤투호 1년, 느림보 축구로는 월드컵 본선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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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0-3패, 최근 3연속 노골

상대 따른 다양한 전술 구사 부족

느리면 빠른 상대에 잡아 먹힐 것

중앙일보

한국-브라질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손흥민(오른쪽)이 슛을 하고 있다. 0-3으로 진 한국은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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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선수로 (한국 축구)대표팀을 다 바꿔도 느려터진 벤투호 공격 전술로는 골 넣기 힘들 것 같다.”

1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직후 한 축구 팬이 쓴 댓글 촌평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브라질에 전반 2골, 후반 1골을 내주며 0-3으로 졌다. 브라질과 상대 전적은 1승5패가 됐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27·토트넘)이라는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있어도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이었다. 원정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 수 아래인 북한과 레바논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건 분명 문제다. 브라질전까지 세 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나머지 팀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한국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2승2무(승점 8)로 H조 2위다. 3승2패(승점 9)의 투르크메니스탄이 1위다. 북한과 레바논도 우리와 승점은 같고 골득실에서 뒤진 2·3위다. 한 경기만 삐끗해도 최종예선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벌써 “2차 예선의 압도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최종 예선을 통과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벤투 감독이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 A매치 21경기에서 12승7무2패를 기록했다.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 세계적 강호를 상대로 거둔 승리도 있다. 그런데도 우려가 이어지는 건 상대와 상황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느린 템포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코스 요리도 좋지만, 때로는 곧바로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요리’도 필요하다. 벤투호 축구는 늘 정해진 코스를 지키는 레스토랑 음식 같다. 골키퍼부터 패스해 차근차근 상대 진영으로 볼을 옮겨가며 빌드업(build-up)하는 사이, 상대는 전열을 정비하고 숨을 고른다. 득점 가능성을 높이려면 때로는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최전방까지 한 번에 나가는 게 현대 축구의 전술 트렌드다.

홈과 원정의 결과가 크게 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벤투호는 안방에서 치른 9경기에서 6승3무(19득점·5실점)를 기록했다. 원정(아시안컵 제외)에서는 2승5무1패(9득점·6실점)이다. 승률이 뚝 떨어진다. 홈에서는 느린 템포의 축구로도 장거리 이동과 시차 문제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상대를 요리할 수 있다. 반면, 정반대 상황인 원정에서는 약체를 만나도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 레바논 등 최근 한국을 상대했던 팀들이 “한국 대표팀의 주요 특징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대비했다”고 입을 모은다. 위험 신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빌드업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려는 벤투 감독의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려면 현대 축구 전술의 중요 개념인 ‘전환 속도(transition pace)’를 끌어오려야 한다. 아울러 상대 위험 지역 측면으로 볼을 보낸 이후의 부분 전술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엔 위력적인 역습으로, 볼 점유율 높은 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장면을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표현했다”며 “이젠 트렌드가 바뀌었다. 공수 전환속도가 빠른 팀이 이기는 시대다. 느린 물고기는 빠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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