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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만 바라보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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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부 성장률 목표 2% 달성에

삼성전자 ‘시설투자 효과’ 상정

집행 늦어지면 1%대 그칠 수도

“정부, 지나친 낙관·안일” 비판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진행이 더뎌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간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하며 재정 확대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연말을 앞두고 결국 대기업 투자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기획재정부 내에서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달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2.1%를 기록할 것이라고 낙관한 바 있다. 재정 투입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조차도 삼성전자의 투자 없이 사실상 재정 집행만으로는 2%대 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가운데 국내 비중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액 29조원 중 12조2000억원을 4분기 내에 집행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언급된 올해 2% 성장률 달성은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효과를 기정사실로 상정한 수치다.

이는 그간 정부의 경기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둔화 등으로 민간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2.0% 성장도 힘들다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4~2.5%로 고수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규모도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묶었다. 경기가 둔화되면 정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균형재정’을 추구한 것이다.

정부는 경기가 예상보다 더 어려워지자 내년에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확장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등 상당수 기관은 물론 정부조차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선행 대응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여건과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경기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경기전망으로 인해 정책 타이밍만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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