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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젊은 소수자’ 부티지지, 미국 민주당 경선판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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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선지 아이오와·뉴햄프셔에서

‘거물들’ 제치고 지지도 1위로 부상

37살의 밀레니얼 세대 상징 후보

세대교체와 정부 개혁 주장

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사로 설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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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젊은 소수자’ 피트 부티지지(37)가 급속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대선 후보의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와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 부티지지가 여론조사 선두로 나서, 뚜렷한 독주자가 없는 민주당 경선판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발표된 아이오와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부티지지는 ‘3강 후보’를 모두 누르고 선두를 차지했다. 현지 신문 <디모인 레지스터>와 <시엔엔>(CNN)의 공동조사에서 부티지지는 25%로, 16%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5%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15%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큰 차이로 앞섰다.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 실시된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공동조사에서도 부티지지는 25%로, 15%의 워런, 15%의 바이든, 9%의 샌더스를 크게 눌렀다. ‘3강(바이든, 워런, 샌더스) 대 다약(나머지 후보들)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이다.

인디애나주의 4번째 도시 사우스벤드 시장인 부티지지는 1년 전만 해도 대선 경선에 나설 엄두를 못 내는 중소도시의 지역 정치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경선에 전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전국 정치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하버드대와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도 공부한 그는 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몰타어·노르웨이어·다리어 등 7개국어를 구사한다. 매킨지에서 분석가로 일하면서 해군 예비군 정보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7개월 근무하기도 했다. 독실한 성공회교도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이력 때문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는 부티지지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완벽한 민주당원으로 보인다고 극찬했다.

2015년 그는 사우스벤드 시장에 출마하며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공개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으로 부티지지는 최초로 공개적인 성소수자 대선 경선 후보자가 됐다. 파트너인 교사 채스턴 글래즈먼은 현재 부티지지를 상징하는 또 다른 스타로 떠올라, 대선 모금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유일한 좌파 성향의 몰타계, 게이, 성공회교도, 밀레니얼 세대, 퇴역군인 미국인”이라고 정의한다. 진보적이지만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애국적이며, 소수자들을 대표하고, 젊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이다.

그는 야심적인 정부 개혁 및 입법부 개선을 주요 정책으로 표방한다.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해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수를 늘려 당파에 치우치지 않는 체제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주장하나, 정부 운영의 건강보험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온건한 접근을 중시한다. 민주당에서 득세하는 공립대 수업료 폐지는 오히려 고소득층에게만 유리하다고 반대한다. 세대교체가 그의 상징이며, 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사로 설파한다.

올해 3분기까지 700만달러를 모금해 민주당에서는 4위다. 아이오와에서 지난 9월에는 지지도가 9%에 불과했다. 두달 만에 선두에 나선 것도 그가 대중에 노출되면 될수록 호감도와 지지도가 오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의 그의 지지도 상승은 대량으로 광고를 살포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 지지도에서는 여전히 바이든(30%), 샌더스(18%), 워런(15%)에게 크게 뒤지는 7%로 4위에 머문다. 아이오와 경선이 아직 석달이나 남은데다, 설사 아이오와 경선에서 승리해도 반짝 돌풍으로 끝난 사례도 많다. 가장 큰 관건은 그가 가진 소수자 정체성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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