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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보복관세에 홍콩 사태까지..美中 연내 무역합의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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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만약 합의 거부한다면
보복관세 더 올리겠다" 으름장
양국 교착상태…서명까지 먼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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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베이징=박종원 기자·조창원 특파원】 미국내에서 이달이면 타결될 줄 알았던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가 올해 안에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양측이 보복관세 철회 여부를 놓고 계속 충돌하는 와중에 홍콩 사태까지 겹쳐 협상 분위기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보복관세에 홍콩까지 겹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만약 중국이 합의를 거부한다면 보복관세를 더 높게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일 연설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단계 합의와 관련해 3~5주 뒤면 최종 서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불과 약 한달 만에 태도를 바꾸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보복관세였다. 양측은 지난달 11일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중국을 믿지 못하는 미국은 합의 이행을 압박할 수단으로 보복관세를 남겨두길 원했고 중국은 합의에 이른 만큼 가시적인 대가, 즉 보복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두 국가의 실랑이는 이달 서명식 무대였던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기약 없이 늘어졌다.

양국의 불화는 미 의회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공식적으로 규탄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미 상원은 19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홍콩의 자유 억압에 책임이 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국무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무역과 경제분야에서 홍콩에 적용하는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평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내고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즉시 해당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면서 "만약 미국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앞둔 트럼프 양보에 주목

WSJ는 19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중 협상이 교착상태로 가고 있으며 올해 안에 서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달 협상에서 단계적 무역 합의에 동의하고 일단 1단계 합의 차원에서 향후 2년간 400억~500억달러(약 46조~58조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당시 발표에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이번 합의를 통해 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국가적 환율 조작 금지, 금융시장 개방 등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또 다른 관계자들은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미국이 일단 보복관세를 철회할 용의는 있다며 지난 5월에 결렬된 양자 합의 내용을 기준으로 철회 규모를 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무역전쟁을 벌였던 양국은 지난 5월 포괄적인 무역합의를 준비하다 의견차이로 다시 보복전을 벌였으며, 하반기 들어 또 협상에 나서 보다 작은 규모의 1단계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게 지난 5월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한 보복관세(3000억달러 규모)를 즉각 철회하고 지난해부터 부과했던 보복관세(2500억달러 규모)는 단계적으로 없애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미 정부가 5월 포괄 합의 대비 1단계 합의 규모에 따라 철회할 관세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단계 합의가 포괄 합의 대비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주장(35%)과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60%)이 제각각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중국과 다시 무역전쟁을 벌일지는 알 수 없다. WSJ는 그간 무역전쟁으로 미 농가가 무너져 내렸다며 만약 중국이 또다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차단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들의 표가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은 지난 14일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4년 만에 해제하여 협상에 성의를 보였다. 러퍼스 에사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지금 대통령은 뭔가를 얻어내야 할 부담감이 큰 데 왜냐하면 농업과 농민이 걸려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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