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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폭염 사망자 48명 아닌 16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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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최근 공개된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 통계’ <한겨레21> 분석 결과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사망자 수보다 3배 이상 많아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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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휩쓴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6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사망원인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다.

<한겨레21>이 11월14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 누리집에서 ‘2018년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한 결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했던 지난해 5월20일 이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60명이었다.

통계청 vs 질본, 왜 사망자 수 다른가



2018년의 폭염일수는 31.5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폭염일수는 1년 중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다. 최근 4년(2015∼2018년)과 상대적으로 폭염일수가 많았던 2012년(15일)을 놓고 봤을 때 폭염일수가 많으면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도 늘어난다. 폭염일수가 22.4일이었던 2016년에도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79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서 온열질환 사망자 수(160명)는 지난해 질본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해 파악했던 사망자 수(48명)보다 3배 이상 많다. 두 기관이 파악한 사망자 수가 다른 이유는 질본 온열질환 감시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여름철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파악하고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질본이 전국 500여 개 의료기관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없다. 질본이 개별적으로 의료기관의 협조를 구해 환자를 파악하는 구조여서 어려움이 크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폭염 시기에 환자가 몰리는 때에 진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환자를 파악해 보건 당국에 보고까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망 후에 통계청이 파악한 사망자 수(160명)에는 이렇게 의료기관을 거쳤으나 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사망자와 온열질환 감시체계 밖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가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겨레21>이 조사해보니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인 중에서도 자신이 일하는 병원이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포함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질본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소속 연구기관인 질본이 감시체계를 10년째 운영했지만 법적 근거도 없고, 제도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자연재난인 폭염과 관련해 주관 부처도 아니다보니 범부처 대응 회의체에도 들어갈 수 없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질본에 비해 온열질환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해 발표한다고 해서 질본의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질본은 환자의 직업과 보험 유형, 온열질환 발생 시간과 장소 등 통계청이 파악하지 않는 부분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악한 내용은 폭염 대책 수립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는 사망자의 직업이나 소득수준이 파악되지 않는 등 한계가 있지만, 현재 질본 자료보다 더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를 파악한다는 장점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대부분이 7월과 8월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142명(89%)이 이 두 달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 정부의 폭염 대책이 이 기간에 집약적으로 이뤄지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8월 몰린 사망자, 고령자·남성 많았다



‘2018년 폭염 건강피해 심층조사 연구’를 수행 중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한겨레21>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들여다보면 아예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공간도 많은데 이런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7~8월 두 달만이라도 인근에 에어컨이 구비된 숙박시설을 정부가 대여해서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질본이 실시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도 재원을 투입해 7~8월에 집중적으로 시행하면 더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다.”

온열질환 사망자 중 152명(95%)이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 열사병은 체온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겨 체온이 40도까지 상승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마르고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열사병 외에 열실신(3명), 탈수성 열탈진(2명), 열경련(1명), 상세불명 온열질환(2명) 등이 사망원인 질병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온열질환에 취약했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숨졌다. 40살 이상 사망자는 151명으로 전체에서 94%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80대 이상이 61명(38%)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33명(21%), 60대 25명(16%), 50대 20명(13%), 40대 12명(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온열질환 사망자 중 90명이 남성인데 여성(70명)보다 20명 많았다. 8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 구간에서 남성 사망자가 여성 사망자보다 많았는데, 80살 이후에는 여성(40명)이 남성(21명)보다 사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여성이 80살 이후 인구집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온열질환자가 숨을 거둔 장소는 의료기관이 80명(5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중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는 거주지인 주택이 30명(19%), 논밭·축사 등 농장이 26명(16%)으로 파악됐다.

지역으로는 경기도가 24명(15%)이 숨져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었다. 다음으로는 서울 22명(14%), 경북 21명(13%), 부산 13명(8%), 대구·전남이 각각 12명(8%)을 기록했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인구 비중이 크고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폭염 사망자의 인구사회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를 들여다보면 혼자 사는 사람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보다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배우자가 있는 사망자는 55명(34%)이었고 나머지 105명(66%)은 이혼, 사별, 미혼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었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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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잡히지 않는 초과사망자 7천 명



통계청에서 발표한 온열질환 사망자 160명의 특징을 살펴보았지만 이들이 폭염 피해자의 전부는 아니다. 폭염에 의해 숨진 사람은 이보다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한겨레21>이 지난해 8월 보도했던 최상헌(가명)씨 사례다(제1224호 ‘폭염은 사회적 약자를 노린다’ 참조). 최씨는 기온이 30℃를 훌쩍 넘겼던 지난해 7월 마지막 날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쓰러져 목숨을 잃었으나 온열질환 사망자로 분류되지 못했다. 건설 현장에서 숨진 뒤 뒤늦게 병원에 이송됐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이번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도 최씨 사례는 빠져 있음을 확인했다. 통계청이 파악한 온열질환 사망자 160명도 현재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최소치임을 추론할 만한 부분이다.

폭염 인한 산재 인정 확대해야



이 때문에 일부에선 평년 기온과 사망자 수를 토대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지 파악하는 ‘초과사망자’(특정한 노출로 인한 사망자 수가 노출이 없었을 때 기대되는 사망자보다 더 많이 발생한 초과 사망자 수)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8월에 파악한 초과사망자는 7천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온열질환으로 진단받지는 못했으나 고온다습한 기후가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줘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는 태풍, 홍수가 아닌 폭염.”

기상청은 폭염으로 79명이 사망했던(통계청 기준) 2012년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의 위험을 경고했으나 정부는 뒤늦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에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켰다. 이상기후로 건강 피해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당국은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기후변화 보고에서 2050년까지 폭염 발생 빈도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폭염 피해를 면밀하게 분석해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별로 폭염 취약성이 다른 것으로 파악되면 폭염경보 기준 온도를 지역별로 달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황승식 교수는 “정부가 무더위 쉼터 운영과 정류장 차양막 설치 등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시행한 정책이 실제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를 평가하는 작업도 꼭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수립과 아울러 그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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