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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팀에 약하고, 강팀에도 약한' 벤투 축구,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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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3골차보다 치명적인 것은 벤투 감독의 자기 성찰과 문제 의식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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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 황의조가 브라질 쿠티뉴와 골키퍼 알리송을 피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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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의 패배. 기록만 보면 완패지만 사실 경기 내용으로 보자면 골 차이만큼 일방적인 승부는 아니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월등히 앞서는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한국은 라인을 내리지 않고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펼쳤다. 치고받는 흐름속에 한국도 찬스를 제법 만들었고 유효슈팅까지 이어진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브라질은 한국의 실수로 얻어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고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능력으로 흐름을 반전시켜줄 해결사도, 벤치의 적절한 전술적 대응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강팀과 약팀의 차이였다. 졸전이었다고 폄하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할 정도로 희망적인 내용도 결코 아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패배나 점수차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혹은 '무엇을 보여줬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일단 얻은 것이라면, 역시 강팀과의 대결을 통하여 현재 우리의 수준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A매치에서 6년 만에 재회한 브라질은 의심의 여지없이 벤투호 출범 이후 만난 가장 강한 상대였다. 브라질전은 벤투호 출범 이후 올해 초 2019 AFC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0-1) 이후 두 번째 패배였다. 또한 벤투호 출범 이후 3실점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브라질과의 상대 전적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다.

북한-레바논전의 무득점, 브라질전의 무득점

벤투 감독은 앞선 월드컵 예선 북한전과 레바논전에 이어 브라질전까지 A매치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는 빈공을 이어갔다. 물론 북한-레바논과 브라질은 수준차이가 다르고 원정마다 무관중 경기-잔디 상태-상대의 거친 플레이 등 여러 가지 변수도 많았다는 점은 감안해야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벤투호가 안방만 벗어나면 무기력해지는 '원정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벤투호가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일단 북한-레바논전에서 기록한 무득점과 브라질전의 무득점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전자는 상대의 끈적끈적한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후자는 찬스는 어느 정도 만들었지만 마무리 능력의 부재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여기서 핵심은 벤투 감독이 북한-레바논을 상대할 때나 브라질을 상대할 때나 '똑같은 스타일의 축구'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후방 빌드업과 점유율을 강조하는 전술이나, 포메이션-선수 기용법은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은 무득점이었다. 결국 벤투 감독의 축구는 '약팀을 상대로도 약하고, 강팀을 상대로는 더 약해지는' 현 주소를 확인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평가전도 대부분 월드컵 본선을 연상시키는 '실전 모드'를 고집했다. 주전 선수들의 '혹사 논란'과 '경쟁구도 실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선수들만 기용하고, 추구하는 축구스타일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브라질전에서도 베스트멤버와 전술은 예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교체멤버도 나상호, 권창훈, 황인범 등 익숙한 선수들만 출전했다. 이 선수들이 투입되어 벤투호의 경기운영이나 흐름에 이렇다할 변화를 가져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 내내 존재감이 없었던 황의조나, 이미 경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주장 손흥민 등은 끝까지 교체하지 않고 풀타임을 뛰게했다. 과감하게 더 많은 선수들을 가동할 수 있었지만 김신욱, 이강인 등은 벤치만 지켰다. 평가전이고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전술 변화나 실험적인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시종일관 무색무취한 용병술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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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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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열린 평가전이나 아시아 약팀과의 대결에서 안정적으로 보이던 수비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팀과 정면승부에 노출되자 빈틈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벤투호의 수비진이 오랫동안 큰 변화없이 손발을 맞춰온 주력 멤버들인 것을 감안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한 애초에 수비가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공격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대거 배치해놓고, 정작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뒤늦게 수비 강화를 위하여 미드필더를 투입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처였다. 이래저래 결과를 얻은 것도 내용을 보여준 것도 아닌, 시종일관 무색무취한 용병술의 연속이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보다 벤투 감독의 위기의식과 자기 성찰의 부재라고 할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미 지난 2019 아시안컵의 부진으로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았다. 당시에는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승률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도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의 부진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마이 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만 강조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 비효율적인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에 대한 고집과 플랜B의 부재, 홈과 원정의 경기력 편차, 주전 선수들의 조합과 활용능력 등 그동안 숱하게 지적된 문제점들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대표팀은 현재 아시아무대에서도 2차예선조차 쉽게 통과를 낙관하지 못할만큼 고전하고 있다. 북한이나 레바논같은 약팀에게는 밀집수비라서 안 통하고, 브라질같은 강팀에게는 수준차이가 나서 또 안 통한다면 벤투 감독이 왜 점유율 축구만을 계속 고집해야하는지 그 당위성에 의문부호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위기에는 징후가 따르는 법이다. 어쩌면 브라질전은 벤투호의 미래를 경고하는 중요한 복선이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에 앞서 점유율 축구를 고집했고 초반 성적도 좋았던 조광래나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결국은 어떻게 몰락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축구팬들로서는 불안한 기시감을 자꾸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전을 두고 '좋은 경험이었다', '경기 내용은 희망적이다'라고 미화하려한다면 2016년 슈틸리케호의 스페인전(1-6패), 2011년 조광래호의 일본전(0-3패) 등 , 2014년 홍명보호의 가나전(0-4 패) 등을 참고해보기를 권한다. 개별적인 경기 하나 하나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대표팀이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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