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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번복' 안현수 "1년만 더 시험해보고 싶었다…베이징도 욕심나"[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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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전성기가 벌써 13년 전이네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돌이키던 안현수(34·러시아명 빅토르 안)은 세월이 무상한듯했다. 완벽한 황제 즉위식을 치른 후 부상으로 순식간에 추락했고, 러시아 국적을 택해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고대하던 한국에서의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최종적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 불가 판정을 받으며, 고국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불명예 은퇴를 하리라는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시즌 첫 대회였던 월드컵 1차 대회에서 2관왕(금2 은2)으로 재등장했다.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그는 “전성기를 토리노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이제 30대 중반이 됐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준비해서 꼭대기에 오르기도 했다”며 “굴곡이 많은 삶이었으나 이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게 현재 내게 큰 무기가 됐다”고 덤덤히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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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은퇴 번복, 정말 ‘노쇠화’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해 9월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편지를 올려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 현역 생활 황혼기에 이르러 기량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러시아 대표팀은 그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합류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평창의 한’을 버리지 못한 그는 이대로 마무리할 의사가 없었다. 결국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게 자연스레 은퇴 수순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이후 가족들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 그는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진지하게 인생 2막을 고민했다. 아내와 딸, 서른셋의 나이 등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이곳저곳에서 받은 여러 제안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결론은 ‘1년 더’였다. 이유는 확실했다. “한 시즌 정도는 미련없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운동하면서 정말 기량 저하가 나이 탓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정말 다시 올라설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2018~2019시즌부터 한국에 머무르며 꾸준히 스케이트는 탔던 덕분에 감각은 유지되던 상태였다. 올해 3월부터 3개월 정도 재활에 매진하며 몸을 만들었고, 남들은 4~5월에 링크에 들어갔지만 나는 7월이 돼서야 가능했다. 그러나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으나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아침 6시에 나와서 밤 11시에 들어가는 생활도 즐겁게 하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2007~2008시즌 당했던 무릎 부상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고질적인 통증을 보강 운동으로 덜어내며 그 나잇대에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1차 대회의 호성적에 동료들이 먼저 박수를 보내온 이유다. 그는 “샤를 아믈랭(캐나다) 정도가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 이제 1980년대 태어난 선수는 2~3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그중에서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 내는 선수는 없었다”며 “나와 함께 뛰던 선수들은 코치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경쟁 관계에 있다 보니 형식적인 인사만 주고받곤 했는데, 1차 대회에서는 그들이 먼저 찾아와서 ‘멋있게 복귀한 걸 축하한다’고 말해주더라. 정말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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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가 지난 2014년 2월16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우승, 8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뒤 감격에 겨워 링크와 입맞춤하고 있다. 소치 | 김도훈기자 dica@sprotsseoul.com



◇ “이 나이면 할아버지 수준…이제야 내려놓는 법을 알았어요”

한국 대표팀 ‘에이스’ 시절 안현수는 포디움 꼭대기에 서는 게 당연한 선수였다. 축복받은 재능을 바탕으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았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넘어설 수 없는 천재 스케이터로 꼽혔다. 그 이면에는 살아있는 전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했다. 그는 “예전에는 연습 때라도 무조건 1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경기할 때도 내가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런 게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며 “그동안은 이 운동에 있어서는 완벽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버려야 할 것들이 있더라. 나이는 드는데 예전처럼 똑같이 하려고 하니 무리를 했다. 사실 이 나이면 거의 여기서는 할아버지 수준이다. 그걸 몰랐는데 이제 알았다. 올해 준비하면서는 많이 내려놓고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현재 그는 한국체대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기본 띠동갑 차이가 나는 조카뻘의 후배들과 스케이트를 타온 셈이다. 이는 지도자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의 마음을 바꿔놓은 시간이기도 했다. “운동이 너무 힘들었는데 코치가 되면 생활의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선수는 나만 신경쓰면 되는데 코치는 모두 아울러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지도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던 그는 “전성기도 자주 찾아온 만큼 슬럼프도 길었다. 계속 잘했다면 모를 수 있었던 부분인데 바닥까지 떨어지다 보니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가진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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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2년 뒤 베이징 올림픽? 선수로서 욕심은 나지만…”

이 정도의 기량이라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이다. 안현수도 “당연히 욕심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여러 계획 중 하나에 가깝다. “2년이라는 시간을 놓고 보면 뭐든지 확실한 건 없다. 어릴 때는 운동하는 과정에 올림픽이 있었다. 이젠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다. 베이징을 보고 준비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올 시즌 목표는 1년을 잘 마무리 하고 결정을 짓는 것이었다. 너무 멀리 보지 않았다. 내년 3월 시즌이 끝났을 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스스로 해답을 찾고 만족할 수 있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항상 해왔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려해보려 한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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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왼쪽)가 지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뒤 역시 금메달 3개를 거머쥔 여자부 진선유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1차 대회 이후 2,3차 대회를 휴식한 그는 4차 대회(중국 상하이)를 준비 중이다. 12월엔 러시아로 돌아가 대표팀 선발전을 다시 치르고,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다음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그는 “모두가 내게 ‘스케이트가 정말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이 종목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어릴 때는 타고난 재능을 인지하지 못하고 운동을 했다. 근데 나이가 드니 어느정도 타고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아직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노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재능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재능이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훈련량이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영상 | 윤수경기자 yoons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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