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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민식이 부모, 평양 치킨집 사장…눈길 끈 ‘국민과의 대화’ 질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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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부모, 중증 장애인 가수, 평양 치킨집 사장, 북한이탈주민….

19일 저녁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이들이다. 이날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300명의 국민패널 중 질문자로 나선 몇몇 패널들이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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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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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부모=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김민식(9)군의 부모 김태양·박초희씨 부부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첫 질문자로 지목받았다. 김군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동생과 함께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후 김군 부모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이 일었고, 정치권이 호응해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는 ‘민식이법’ 외에도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어린이 통학 안전사고·교통사고와 관련한 법안들이 다수 계류 중이다. 김군 부모는 그 동안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들 법안의 20대 국회 내 처리를 여러 차례 호소해왔다. 김군 어머니 박씨는 문 대통령에게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라며 “대통령이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공약했으니, 2019년에는 꼭 이뤄지길 약속 부탁드린다”고 울먹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법안들이 통과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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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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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그룹 출신 사지 장애인=이날 질문자 중에는 2000년대 초반 ‘Don’t Cry’ ‘당신을 위하여’ ‘이별의 간주곡’ 등 높은 음역의 히트곡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김혁건씨도 있었다. 2001년 록 발라드 보컬 그룹 더크로스로 데뷔한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인 2012년 더크로스 컴백을 준비하던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고 폐활량이 떨어지는 장애를 갖게 됐지만, 꾸준한 재활과 외부의 도움으로 2014년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을 통해 복귀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채 국민 패널로 참석한 김씨는 본인을 “사지 장애인”이라고 소개한 뒤 장애인 보조사의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특례업종 배제 문제를 짚었다. 그는 “저희 같은 중증장애인은 대·소변 처리도 어려워 (보조사) 한 명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데, 최중증장애인활동지원사의 특례업종이 유지되거나 보완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장애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분들의 노동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별도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장애인들이 필요한 지원을 못 받거나 과거보다 지원 시간이 줄어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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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뒤 패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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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족, 평양 치킨집 사장=질문권을 받아냈지만 서툰 한국어로 결국 ‘진짜 질문’ 기회는 아내에게 넘긴 이주민 남성도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4년 됐다는 이주민 무함마드 사킵은 2017년 문 대통령이 서울 홍은동 자택을 떠나 청와대로 향하기 전 이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무함마드 사킵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아들었다. 무함마드 사킵은 “문재인 대통령, 우리 다문화 가정이 함께 있습니다. 힘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을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소개한 최원호씨는 남북 민간교류 사업 중단으로 피해를 본 대북 사업가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피해 보상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최씨는 2008년 6월 평양에 치킨집을 열어 영업하기도 했지만, 2009년 5·24 대북 제재 이후 교류 길이 막힌 뒤로 손을 대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평양 개선문 앞에 100평짜리 치킨집을 만들었는데, 정부가 막아 망했다. 지금까지 10년째 쫄딱 망해서 아무 것도 없는데 피해 보상이나 통일부 실태조사·전수조사 한번 없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굉장히 많다”고 호소했다.

북한이탈주민 김지이씨는 문 대통령에게 난립한 탈북민 단체를 없애달라는 요청을 했다. 김씨는 “11년째 서울 종로구 무학동에 살고 있는데 한 번도 탈북민 단체에서 전화 온 적도 없고, 집에 찾아온 적도 없다”며 “왜 이렇게 통일부에서 사단법인을 많이 만들어주는지도 이해가 안된다. 이런 단체들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다문화 가정엔 관심이 많은데, 탈북민에게는 관심이 없다”며 “다문화 가정은 고향에 갈 수 있지만 탈북민은 고향에 못 간다”며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탈북민은 헌법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다. 차별 없이 그분들을 받아들이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보다 많은 지원을 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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