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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성비-독특한 콘셉트… 3세대 K뷰티, 세계가 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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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글로벌 뷰티 공룡들 잇단 인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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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의 성공 사례다.”

2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에스티로더그룹 품에 안긴 한국의 닥터자르트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닥터자르트는 시작부터 남들과 달랐다. 원광대 건축학과 졸업 후 건축감리 회사에서 일하던 이진욱 대표(43)는 피부과에 들렀다가 BB크림에 열광하는 여성들을 보며 닥터자르트의 모회사 해브앤비를 2004년 창업했다. 피부과 의사들이 만드는 고가 화장품을 비교적 싸게 팔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치료 목적으로 판매하는 화장품을 일컫는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대중화하려는 시도가 국내엔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이후 이 대표는 브랜드 콘셉트부터 유통망까지 모두 차별화했다. 병원이나 약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일반적인 더마 브랜드의 디자인과 달리 젊고 세련된 패키지와 홍보 문구, 광고 제작 등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화장품 기업이 중국 시장에 올인하던 2011년엔 미국 진출을 단행해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에 입점했다. 선진 시장에서 성공해야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철학과 커지는 화장품 편집숍 시장의 트렌드가 맞물렸다. 2014년 336억 원에 불과했던 해브앤비 매출은 지난해 4700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64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3세대로 분류되는 닥터자르트의 성공 신화가 K뷰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세대(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와 2세대(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등)에 이어 등장한 신흥 강자들이 전에 없던 사업 모델로 K뷰티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스티로더의 닥터자르트 인수는 혁신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글로벌 기업의 투자·인수합병 등으로 급속히 성장할 수 있다는 선도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닥터자르트 이외의 또 다른 신흥 강자인 스타일난다의 쓰리컨셉아이즈(3CE), 카버코리아의 AHC 등도 독특한 콘셉트와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하며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로레알은 2018년 3CE(스타일난다 포함)를 6000억 원에 인수했고, 유니레버는 2017년 AHC를 3조 원에 인수했다. 최근엔 신세계 비디비치가 제품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017년 22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제품이면 믿고 사던 소비 트렌드가 이제 개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소비 권력인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니치(틈새)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강자들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더해지며 K뷰티의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무역 흑자는 △2015년 1조6973억 원 △2016년 3조5952억 원 △2017년 4조2601억 원 △2018년 5조4698억 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프랑스 영국 등 화장품 선진 시장뿐만 아니라 러시아·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K뷰티의 ‘큰손’인 중국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이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고가 글로벌 브랜드 제품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희철 hcshin@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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