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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밀착카메라] 청소년 쉼터 '위기'…아이들, 이젠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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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거리에 나온 청소년들을 전국 곳곳에 있는 청소년 쉼터가 보듬고 있습니다. 여기서 꿈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년 예산이 크게 줄어서 운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버스 인근에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이동식 청소년 쉼터입니다.

천막에는 이렇게 물품이 놓여있는데요.

날이 추워진 만큼 핫팩이 준비가 되어있고요.

여기 이렇게 간단한 간식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보시면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다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뒤편에는 보시다시피 개별 상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긴 언제부터 왔어요?) 중2 때요. (어떻게 알고 왔어요?) 누가 밥 준다고 해서 왔어요.]

벌써 8년째, 매주 금요일이면 새벽까지 거리 상담이 진행됩니다.

수능 다음날이었지만 이곳을 찾은 19살 청소년 중엔 사정상 시험을 치르지 않은 청소년이 더 많습니다.

[쉼터 이용 청소년 : (학교는 안 다니고 있어요?) 네.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던 아르바이트도 최근 못하게 됐다면서, 그나마 이곳에 와 위안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쉼터 이용 청소년 :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이제 안 쓰신다 하셔서… (여기 선생님이) 격려해 주셨고 울컥했는데. 아빠 같았어요. 가족 같았어요.]

3년 전 쉼터를 처음 찾았다는 한 청소년은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남현중/쉼터 이용 학생 : 집에서 좀 많이 맞았어요. 맞는 거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가출을 하게 됐어요. 계속 밖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며 생활합니다.

[남현중/쉼터 이용 학생 : 혼자 있다 보니까 거의 (밥을) 안 해먹는 편인데. 그래서 여기 와서 끼니를 좀 때우는 편이에요.]

지금 시간이 밤 열한시 반입니다.

버스 안에는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상담 선생님이랑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버스 앞쪽은 보통 처음 상담을 온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고 이렇게 안쪽으로 들어오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에는 기본적인 의약품도 구비가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상비약을 제공하고 방문 간호도 하지만, 예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오주연/상담사 : (출산은) 2명만 지원을 할 수가 있는데. (찾아온 아이들한테) '너는 선착순 에서 끊겼어'라고 말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고.]

상황이 심각한 경우, 인근에 있는 생활 쉼터로 인계도 해줍니다.

13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 의정부시의 청소년 쉼터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활동실입니다.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보시면 이렇게 노래방 기계도 있고 드럼도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는 체력 단련을 위한 운동 기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으로 들어왔지만, 다들 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A학생/쉼터 이용 청소년 : 가출 청소년 이런 식으로 검색했다가 (들어왔어요.) 영상편집 쪽으로 직업을 갖고 싶거든요.]

[B학생/쉼터 이용 청소년 : 가정폭력 때문에 집에서 나오고. 도움을 구할 곳을 찾다가 여성의전화로… 이제 수능도 조금 공부하고 있고…]

이런 청소년 쉼터는 전국에 134곳, 경기도에 32곳이 있는데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16% 깎을 계획입니다.

[경기도청 청소년과 : 도비 부담 근거가 없는 사업이거든요. 사실 이게 국비 사업인데 국비가 더 많이 확보되어야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당장 시설 별로 두 명의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

[이병모/경기도청소년쉼터협의회 정책부장 : 가난의 대물림 같은 걸 할 수 있는 여러 열악한 환경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지원이 좀 됐으면 좋겠고요.]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예산이 줄어들어서 버스가 문을 닫게 되면, 이 많은 발길들은 거리 위를 방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선화 기자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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