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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친구 대신 파벌 중용"···日최장수 총리 오른 아베 비결 5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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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0일 日 헌정사 최장 재임 총리 '롱런5계명'

1차 내각 실패 반성이 최장 재임 비법으로

국정 우선순위 "무조건 경제 최우선으로"

여론중시 정책 "국민보다 반 보만 앞에서"

내각관리 "친구 아닌 파벌위주로 구성"

위기관리 "악재는 메뉴얼 따라 즉각 처리"

건강관리 "욕 먹어도 골프치고 운동한다"

288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20일 가쓰라 다로(桂太郎·총 재임일수 2886일)전 총리를 제치고 일본 헌정사상 최장 총리에 등극한다. 1년으로 끝났던 제1차 아베내각(2006년 9월26일~2007년 9월26일)을 합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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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직후 아베 신조 총리가 도쿄의 자민당 본부를 찾아 밝은 표정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후보 이름 앞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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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보는 모임’관련 스캔들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면에서 “특별한 정치적 유산이 없고, 장기 집권의 폐해만 나타나고 있다”(도쿄신문)는 지적도 물론 있다.

하지만 2021년 9월까지의 임기(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 3연임)가 2년 가깝게 남아있음에도 벌써 “아베,한 번 더”를 외치는 4연임론이 나올 정도로 그의 권력 기반은 꽤 탄탄한 편이다.

아베 총리는 “1차내각때의 실패가 나를 키웠다”(문예춘추 12월호 인터뷰)고 말한다. 그 좌절을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반성의 노트’도 적었다. 장기 집권을 지탱해온 몇 가지 원칙들을 보면 1차 내각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그가 보인다.

①"무조건 경제 최우선"=1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장기 정권의 비결과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정권 발족 이래, 경제최우선을 내걸고…"라며 ‘경제 최우선’이란 단어를 두 번이나 썼다.

개헌을 비롯해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경제 성과를 통해 지지율을 유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게 아베의 신념이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9일자에서 지난 20년간 10개 내각의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신문은 “현 아베 내각의 평균 지지율이 53%로 가장 높았다”며 “특히 60% 안팎에 달하는 18~29세 연령대의 높은 지지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젊은층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취업률 상승과 무관치 않다.

②"국민보다 반 보만 앞서간다"="1차 내각땐 국민들의 분위기를 보지 않고,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다. 하지만 재집권이후엔 국민들을 보면서 했다. 반응이 영 시원치 않으면 다른 것부터 한다. 그러니 지지율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다….” 저널리스트 다자키 시로(田崎史朗)의 저서 『아베관저의 정체』에 등장하는 스가 장관의 말이다. 아베 총리도 사석에서 "1차 내각땐 국민들 보다 '한 발'을 앞서 가려했는데, 실패를 경험한 이후엔 '반 발'만 앞서가기로 생각을 바꿨다"는 말을 자주한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문예춘추 최신호 인터뷰에서도 "정책 수행은 국민의 지지가 불가결하다","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선 순위가 틀리면 실행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지지를 잃는다"고 했다.

중도·진보층 국민들의 저항감이 강했던 1차 내각 때의 캐치프레이즈, ‘탈 전후 레짐'이라는 표현도 요즘의 아베는 아예 쓰지 않는다.

그에게 ‘필생의 미션’인 평화 헌법 개정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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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지난해 4월 국회에 출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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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친구 대신 파벌을 중시한다"=2006년 1차내각 출범 당시 아베의 인사를 상징하는 말은 ‘도모다치(친구)내각’이었다. 친구 같은 존재인 시오자키 야스히사(塩崎恭久)를 '내각의 핵' 관방장관에 앉히는 등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많이 기용했다. 각료 경험이 없었던 시오자키의 전격적인 기용에 시오자키의 부인까지도 "정말이냐"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런 '친구 중시','코드 중시' 기조가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엔 ‘파벌 중시’기조로 바뀌었다.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원 97명)출신인 아베 총리는 2위 파벌인 아소파(55명)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를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7년동안 기용하고 있다.

공동 4위(47명)파벌인 니카이파와 기시다파의 수장들에게 자민당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과 정조회장(기시다 후미오)이란 중책을 맡겼다.

3위 파벌 다케시타파(54명)의 핵심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외상)와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후생노동상)를 계속 요직에 쓰고 있다.

자민당내 파벌의 수장들을 중요한 포스트에 기용함으로써 정권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시도다. 실제로 주요 파벌들이 모두 아베를 떠받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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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발언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부인의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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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악재는 메뉴얼 따라 즉각 처리"=각료들의 망언과 스캔들이 겹치며 무너졌던 1차 내각의 교훈 때문에 아베 총리는 나름의 '스캔들 대처법'을 만들었다. 저널리스트 다자키 시로에 따르면 그 판단 기준은 ^발각된 사실의 무게^여론의 반응^야당 반발 강도^여당내 분위기 등 4개다. 사태의 심각성을 곧바로 판단해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최근 주간지 보도로 선거법상 금지된 ‘비서를 통한 부조 공여’가 드러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경제산업상, 부인(참의원 의원)이 법정 비용 이상을 선거운동원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상을 아베 총리는 보도 직후 사임시켰다. 엿새만에 각료 두 명이 잇따라 옷을 벗었다.

총리 주재 ‘벚꽃 보는 모임’이 정치자금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본인이 직접 기자들 상대로 해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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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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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욕먹어도 골프치고 운동한다"=12년전 아베 총리가 총리직에서 사임한 공식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하는 ‘궤양성 대장염’때문이었다. 물론 이후 특효약으로 완치는 됐다지만 그는 여전히 건강에 민감하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선 욕을 먹더라도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자"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인들과 골프를 자주 즐긴다. 또 1~2주에 한 번은 롯폰기에 있는 호텔 헬스장을 찾는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휴가지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그는 “일본 안보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라운딩을 이어갔다. “정치인은 잠을 잘 자야 한다. 땀 흘리고 ,몸을 움직여야 밤에 잠을 잘 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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