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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콜을 뛰어야 100만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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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직업 라이더로 생활해본 장수경 기자, 배민커넥트 체험기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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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띵!”

11월11일 오후 배달 주문을 알리는 콜들이 휴대전화 화면에 떴다. ‘또 배달이라니’ 생각도 잠시, 대기-진행-완료로 삼등분된 화면에 뜬 콜을 잡았다. 1년6개월 만에 잡아보는 콜이었다.

2018년 4월23일, 기자는 배달계의 ‘공덕의 딸’(가장 많은 콜을 한 사람은 지역 이름에 ‘딸’ ‘아들’을 붙여 부른다)이 되려고 아슬아슬한 두 바퀴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겨레>는 낮게 웅크린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려고 기자들이 4가지 직업군에 직접 취업했다. 그중 기자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배달 라이더’로 취업했다. 하루 10~12시간씩 주 5~6일 동안 오토바이를 타며 생활한 전업 라이더로서의 삶은 3주도 안 돼 사고로 막을 내렸다. 그사이 배민라이더스의 ‘배민커넥트’, 부릉의 ‘부릉프렌즈’, 쿠팡잇츠의 ‘쿠리어’ 등 음식배달 대행업계에 새로운 형태의 배달노동자들이 등장했다. 직업 라이더가 아닌 ‘일반인 라이더’다. 이들은 “긱이코노미 시대 꿀알바”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반인 라이더’를 모집한다.

이미 직업 라이더로 살아봤던 기자는 일반인 라이더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마친 뒤 11월11일 배민라이더스 마포센터에서 지원자 11명과 함께 ‘배민커넥트’ 교육을 받았다. 이날 직업 라이더로 보이는 사람은 방한복과 업무용 조끼를 입은 남성 두 명으로, 이들은 운송 수단을 오토바이로 선택했다. 나머지 8명은 자전거, 2명은 킥보드를 선택했다. 지난해 배달할 때 기자는 배달대행사 본부의 유일한 여성 라이더였는데, 교육장에는 여성이 많았다. 배민라이더스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에선 1~3%가 여성이라면, 배민커넥트는 20% 남짓”이라고 말했다.

“라이더스 1~3% 여성, 커넥트는 20%”



교육을 함께 받은 이들에게 왜 이 일을 하려는지 물었다. 배달 경험이 없는 여성 직장인 임아무개(28)씨는 “자전거로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지원했다. 평일 퇴근 뒤나 주말에 하루 한두 시간 정도 배달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업 라이더로 일했던 신아무개(19)씨는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어서 자전거를 선택했다. 자녀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일해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벌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도 퇴근길에 배달을 해보기로 했다. 한겨레신문사가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망원동 집까지 가는 길에 콜을 잡는 계획이었다. 저녁 7시께 공덕역 1번 출구에서 잡은 첫 번째 콜은 샐○○ 공덕역 점에서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로 가는 1만300원짜리 콜이었다. 지리가 익숙한 곳이라서 어렵진 않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땐 자전거를 끌고 가라’ ‘인도에선 자전거를 타지 마라’는 지침을 어길 수 없어 5분 정도 걸렸다. 저녁 7시25분께 같은 음식점에서 공덕동의 한 아파트로 가는 콜이 떠 배달을 마쳤다. 원효로, 광화문 등에서 주문 콜이 울렸지만 집과 반대 방향이라 잡지 않았다.

저녁 8시30분께 합정역 인근에 도착했을 때 신○○○ 합정 교보문고점에서 성산동으로 가는 콜이 떴다. 전달지가 집과 가까워 콜을 잡았다. 음식을 배달가방 안에 넣은 지 9분 만에 배송 완료했다. 0.5~1.5㎞까지 받는 건당 배달료에 프로모션 1500원이 더해져 총 3건, 1만5천원을 벌었다. 배달 첫 주에 하루 3건 이상 배달하면 얹어주는 1만원도 함께 받았다. 약 2시간 동안 총 2만5천원, 보너스를 빼면 1만5천원을 번 셈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7500원(프로모션 제외시 5250원)이다(주당 3500원인 산재보험료는 별도다. 배민커넥트는 반드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전업 라이더로 일했을 땐 시간당 9364원을 벌었다. 금액을 확인하곤 업무 종료 버튼을 눌렀다.

원조 플랫폼노동에 가까워



지난해 라이더로 취업했을 때, “원할 때 일하고 싶은 만큼”이라는 명제는 플랫폼기업의 광고와 달리 배달대행업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주 6일에 12시간씩, 주말과 공휴일에도 일해야 했다. 점심 식사도 정해진 시간(주로 오후 2~5시)에 먹고, 플랫폼 업체에 고용된 관리자가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밥 먹겠습니다” “밥 먹었습니다”를 알렸다. 이는 라이더들의 ‘노동자성’ 인정에서 주요 쟁점이었다.

반면 일반인 배달은 이러한 종속성이 덜한 외국 ‘원조 플랫폼노동’에 가깝다. 반바지·슬리퍼 불가, 자사 헬멧과 조끼·배지 착용이라는 복장 규제가 있지만 라이더가 업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앱을 켜면 출근, 끄면 퇴근이었다. 국외에는 플랫폼기업이 배달대행업체랑 직접 계약관계를 맺는다. 한국처럼 지역별 지사·대리점·영업소가 플랫폼기업과 플랫폼노동자 사이에 끼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휘·감독이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한국적 사업구조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왜, 플랫폼기업들은 ‘일반인 배달’을 내세우는 것일까?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용자가 참여해 서비스를 변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주문량이 굉장히 많은데, 콜이 몰리면 (직업) 라이더들이 수행할 주문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배민커넥트가 콜을 분배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배민라이더스의 직업 라이더보다 일반인 라이더가 배 이상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배달 플랫폼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기업 입장에선 직업 라이더를 통해 서비스를 안정화·체계화한 뒤 일반인 배달을 도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리운전 요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



그러나 일반인 배달의 확산은 직업 플랫폼노동자의 처우를 악화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이 그랬다. 박구용 대리운전노조 서울지부장은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대리운전 시장에 카카오가 진출하면서 일반인 대리운전기사도 많이 생겼다. 야근하고 퇴근길에 대리운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리운전 요금이 수년째 제대로 오르지 않고 있는데, 이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택시업계가 카풀에 결사반대한 이유도 비슷하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준비할 때, 카풀 기사로 등록한 이들이 7만 명에 이른다.

일반인 라이더 모집 초기인 지금은 프로모션 수입도 많고, 플랫폼기업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다. 배민라이더스는 12월부터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라이더들의 인력풀이 갖춰지면 이런 혜택은 끝난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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