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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버디&보기] 갤러리 괴성으로 '디 오픈' 출전권 놓친 골프대회 해프닝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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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골프에서 2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브랜던 매추(25·미국)는 큰 주목을 받지 않은 대회에서 2위를 하고도 팬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선수가 됐다.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조키클럽 17번홀(파3)에서는 PGA투어 라티노아메리카 '아르헨티나 비자오픈'(총상금 17만5000달러) 연장 세 번째 홀 경기가 열렸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내년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 자격이 부여된다.

리카르도 셀리아(콜롬비아)가 먼저 9m 거리의 버디퍼트를 넣고 기세를 올렸다. 경쟁자인 매추는 2.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할 참이었다. 그날 경기 흐름이나 퍼트 감으로 봤을 때 매추 역시 그 퍼트를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매추가 버디 퍼트를 하려고 퍼터 헤드를 뒤로 빼는 순간 갤러리 한 사람이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냈다. 움찔한 매추는 그 퍼트를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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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던 매추(왼쪽)가 연장전에서 자신의 버디 퍼트를 방해했던 다운증후군 갤러리를 찾아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미국PGA투어 트윗]

챔피언 셀리아가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화가 치민 매추는 곧 라커룸으로 향했고, 그 곳에 가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매추는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에 "괴성을 듣는 순간 퍼트가 안들어갈 것을 직감했다.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줄 알았다. 정말 충격이었고 좌절했다."고 털어놓았다.

매추가 라커룸에서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PGA투어 라티노아메리카 토너먼트 매니저인 클라우디오 리바스가 옆으로 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당신이 퍼트할 때 소리를 지른 사람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갤러리였다. 그가 그 순간 흥분해서 감정 컨트롤이 안돼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 말은 들은 매추는 울컥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나를 그에게 데려다달라"고 말했다. 그러고 그 갤러리를 만나 사과하고, 다독이고, 자신의 사인이 든 장갑을 선물로 주었다. "이 일로 그 갤러리가 마음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매추는 그러면서 얘기를 덧붙였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그런 류의 환자를 돌보는 일을 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다운증후군을 지녔다. 어려서부터 그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보고 컸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한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다. 내가 잠시나마 화를 낸 것이 되레 미안하다."

매추는 대학 졸업 후 2016년 프로가 됐다. 2017년엔 라티노아메리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하고, 2018~2019시즌엔 콘페리(미국PGA 2부)투어에서 활약했다. 허리 부상과 지난 여름 스윙 교정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콘페리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서는 1차전 탈락의 아픔도 맛봤다.

그런데 스윙 교정의 효과가 지난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1주전 PGA투어 라티노아메리카 아르헨티나 클래식에서 공동 5위를 한 후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 직전까지 갔다. 컨디션이 상승세여서 우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생애 처음으로 내년에 메이저대회에 출전한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PGA투어 라티노아메리카 통산 2승과 함께 메이저대회 출전 꿈은 날아갔다. 다행인 것은 2주 연속 공동 5위, 2위를 한 덕분에 내년 PGA투어 라티노아메리카 투어카드를 확보한 점이다.

"세상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또 골프보다 소중한 것들이 있다. 이번 해프닝은 그 중의 하나다." 매추의 말이다. ksmk754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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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갤러리의 소란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앗긴 브랜던 매추. 그런데도 나중에 그 갤러리를 찾아가 되레 위로해 감동을 줬다. [사진=미국PGA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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