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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우리 아이 학교 앞, 3천만 원 짜리 단속카메라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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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한 아이의 부모가 국회를 찾았습니다.

"민식이가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고,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단 한 마디도 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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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9살 김민식 군이 승용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건너편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민식 군을 보고 있었지만, 달려오는 차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사고 장소는 제한 속도 시속 30km의 어린이 보호구역, 이곳에서 사고가 날 줄은, 내 아이를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과연 안전한가?…단속 카메라 설치율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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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은 유치원, 학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어린이집 등의 주변 도로에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지역을 말합니다. 해당 학교 등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 중 일정 구간을 지정할 수 있는데, 자동차 등 통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민식 군이 사고가 난 곳도 바로 이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습니다. 과연, 어린이 보호구역은 이름 그대로 안전한 걸까요?

서울 시내 어린이 보호구역을 직접 돌며 차량 속도를 확인해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학교 앞. 속도 제한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차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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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학교 앞에서 한 속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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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속도가 표시되는 표지판은 때론 60km를 훌쩍 넘겼고, 속도측정기로 찍어본 차량의 속도는 대개 40~50km대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등굣길에 나선 학부모도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아침에 바쁘시다는 이유로 너무 빨리, 급하게 가는 경우가 있어서 등굣길, 하굣길이 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만 보내기엔 너무 위험해서 꾸준히 등, 하교를 같이 할 생각이에요." (정미연/학부모)

반면, 과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하교 시간, 제한속도가 시속 40km인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 앞을 찾았습니다. 똑같은 어린이 보호구역인데도 차량 속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였습니다. 속도측정기로 측정해보니, 카메라가 설치된 도로의 차량 대부분이 제한 속도인 40km 이하로 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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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카메라가 설치된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 앞에서 한 속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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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카메라를 설치한 이후, 눈에 띄게 속도가 줄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얘깁니다.

"육교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카메라가 있으니까 질서가 잘 잡히죠. 카메라 없으면 안 되죠." (양종희/어린이보호구역 주변 상인)

실제, 경기도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를 위해 연구용역을 했는데, 단속 카메라를 설치한 뒤 사고 건수가 33.3%가 감소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이성렬 연구원은 "차량 속도 관리에 가장 효과 있는 무인 단속 카메라는 과속 위험성이 높고, 과속 빈도가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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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 카메라 설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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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소속 이용호 의원실에서 받은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9년 9월 기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16,789곳에 설치된 무인 교통 단속용 장비는 820대가 전부입니다. 지역별 설치율을 보면 서울은 4.2%, 부산은 8%, 강원 1.3% 등으로 천차만별인 데다 전국 평균은 5%가 채 되지 않습니다.

"과속 카메라 의무 설치해주세요" '민식이 법' 발의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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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민식 군의 부모님이 지난달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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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만 지켰더라면…. 한 번만 주변을 살펴봤다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과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해주세요"
(고 김민식 군 아버지 김태양 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 청원 글 일부)

민식 군 아버지 김태양 씨가 지난달 초 낸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말까지 11만 2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넘지 못해 답변은 얻지 못했지만,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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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 과속 단속 장비와 신호등 설치와 통행 속도 제한 등을 임의규정으로만 두고 있는데, 여야 지역구 의원들이 이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한 겁니다. 이른바 '민식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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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을 발의한 민주당 강훈식 의원(좌), 한국당 이명수 의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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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지난달 11일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과 특가법 개정안에는 과속 단속 장비,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 시에는 3년 이상 징역형을 받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고, 한국당 이명수 의원도 나흘 뒤, 통행 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고, 무인 과속 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에선 '민식이법'을 정책위 중점 법안으로 지정했어요. 여야 문제가 아닌, 쟁점이 아닌 법안인 만큼 힘을 합쳐 20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죠. 예산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 지도 요구하고 따져나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민식이법 발의)

"이번 법안 처리는 관심과 의지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여야 간 논란이 많은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빨리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여야 지도부와 관련 상임위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당 이명수 의원/민식이법 발의)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를 확신할 수만은 없습니다. 다른 법안들에 밀려 아직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인 데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 국회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하준이 법, 태호·유찬이법 등 아이 이름을 딴 수많은 법안들도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예산도 걸림돌입니다. 과속 카메라가 설치된 820곳을 제외한 어린이 보호구역 만 5천여 곳에 과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에 최소 8천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안이 통과돼 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다면, 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설치 비용에만 한 대당 3천만 원인 데다 해당 지점만을 단속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차량이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없도록 과속 방지턱을 더 촘촘히 설치하고, 도로 폭을 줄이거나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윤호 본부장은 "법안이 통과돼도 어린이 교통사고가 제로(0)화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 그렇진 않다고 본다"며 "지자체나 정부의 노력을 통해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제2의 민식이가 나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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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국회 정론관. '민식이법' 통과를 촉구했던 어머니는 기자회견장을 나와서도 한동안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매년 평균 200개씩 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법은 여전히 아이들의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바라는 것은 그저 단 하나, 다른 아이들이 내 아이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길, '제2의 민식이가 나오지 않는 것' 그것 하납니다.

"제가 이런다고 우리 민식이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민식이를 위해서라도 민식이의 남은 동생과 또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 어렵게 섰습니다. 저처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저희처럼 무너지는 가정이 제발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대한민국에서 최우선적으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아이들의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김태양/ 고 김민식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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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기자 (roo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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