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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체험기] 나만의 오디오룸·극장 켜볼까… 에어팟 프로 ‘노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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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몰입’... 외부 소음 수용도 가능
QC35 II와 비교해도 음질 양호… 없어진 터치 기능 아쉬워

"강남역을 걸으며 ‘노이즈 캔슬링(Noise-cancelling·소음 감쇠, 이하 노캔)’ 모드로 음악을 들으면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지하철에서 노캔으로 음악 듣다가 내릴 역을 지나쳤다."

지난 13일 한국에 출시된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사용 후기다. 무선 이어폰 시장 1위 업체가 선보인 신제품답게 새로 탑재된 노캔 성능을 칭찬하는 내용이 다수다. 주변 소음을 없애주는 노캔 모드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나와 음악만 존재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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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크기 비교. 왼쪽부터 QCY T1, 에어팟 1세대, 에어팟 프로. /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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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게 좋을까. 과연 전작인 에어팟 2세대 무선충전 모델(24만9000원), 일반 모델(19만9000원)보다 각각 8만원, 13만원을 더 쓸 가치가 있을까. 다른 노캔 헤드폰, 이어폰과 비교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국내 출시 첫날 애플 스토어 가로수길에서 에어팟 프로를 구해 6일간 성능을 체험해봤다.

연결과 동시에 튜토리얼… 구매자 "노캔은 신세계"

에어팟 프로 사용 경험은 충전 케이스를 여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사용 중이던 아이폰X과 자동으로 페어링(연결) 되면서 스마트폰 화면 하단에 튜토리얼(사용 설명) 문구가 잇따라 떠올랐다. ‘소음을 제어(감쇠·수용 전환)하려면 에어팟을 길게 누르십시오’ 같은 문장들이다.

애플 생태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튜토리얼 메시지를 한번 읽는 것만으로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를 이용한 ‘메시지 읽어주기’ 기능도 설정할 수 있다.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아이폰을 잠금 해제할 필요 없이 시리가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이다. 에어팟을 통해 말로 답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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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결할 때 스마트폰 화면에 에어팟 프로 사용 설명 메시지가 뜬다. 블루투스 기기 설정 메뉴에선 이어팁 착용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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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자인이었다. 에어팟 1세대와 2세대는 귓바퀴에 걸치는 오픈형이지만, 에어팟 프로는 이어폰 끝이 귓구멍으로 들어가는 커널형(인이어·in ear)으로 바뀌었다. 커널형은 일반적으로 귀 보호를 위해 끝부분에 이어팁을 씌우는데, 에어팟 프로는 대·중·소 세 가지 크기의 이어팁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어팁을 자신의 귀에 맞게 교체한 후에는 블루투스 기기 설정 메뉴에 들어가 ‘이어팁 착용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특정 음악을 들려준 후 밀착 정도를 판단, 양호 여부를 이미지로 알려준다. 다만 에어팟 프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커널형 이어폰과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이어팁과의 호환은 불가능하다.

카페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 4~5시간 정도 장시간 에어팟 프로를 착용했으나 불편함을 거의 못 느꼈다. 귀 밖과 안의 압력을 맞춰주는 통풍 시스템 덕이다. 다른 커널형 이어폰을 착용했을 때 자주 느꼈던,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이 아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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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제품 이미지. /애플



어느 정도의 땀과 습기를 견디는 생활 방수(IPX4 등급)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도 전작보다 개선된 부분이다. 스템(아래로 뻗어 나온 줄기 모양 부분)이 전작보다 짧아져 안정감도 더 생겼다. 뛰거나 머리를 흔드는 격한 운동을 해도 에어팟 프로가 귀에서 빠지지 않았다.

애플 스토어에서 만난 전정원(23)씨는 "원래 쓰던 블루투스 이어폰은 착용하면 귀가 아팠는데, 에어팟 프로는 편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도 신세계였다. 좋아서 현장에서 바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애플 관계자는 "시물레이션을 거쳐 이어팁만 바꾸면 다양한 형태의 귀에 맞도록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이 만들어낸 음질 보스 ‘QC35 II’ 필적… 없어진 터치 기능 아쉬워

백미는 역시 노캔 기능이었다. 에어팟 프로의 왼쪽 혹은 오른쪽 스템 부분을 길게 누르면 소음 감쇠에서 수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주변 소음이 사라진 노캔 모드에서 음악·영화·게임 등을 즐겨보니 몰입감이 상당했다. 에어팟 프로(케이스 포함 무게 45.6g) 하나만으로 간단하게 나만의 오디오룸, 영화관, 게임방을 펼칠 수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보스의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QC35 II(무게 235g)’와 비교하니 휴대성 차이가 극명했다.

특히 역 위상의 파동을 보내 외부 소음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의 특징에 걸맞게 반복적이고 패턴이 있는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탁월했다. 지하철 소음, 자동차 엔진 소리 등 기계음은 거의 완벽하게 차단이 됐고, 카페에서 크게 이야기하는 소리 등 일부 비규칙적인 소음만 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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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내부 구조. 에어팟 프로는 마이크 두 개를 사용해, 이용자의 귀에 지속해서 적응하는 게 특징이다.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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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는 마이크 두 개를 사용해, 이용자의 귀에 지속해서 적응하는 게 특징이다. 외향 마이크는 주변 소리를 감지(초당 200회)해 환경 소음을 분석해 차단하는 일반적인 ANC 기능을 제공하며 귀를 향한 내향 마이크는 귓속 잔여 소음을 소멸시킨다. 이른바 ‘맞춤형 노이즈 차단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물 씹는 소리 등 귀를 막았을 때 더 크게 들리는 귓속 소음까지 억제하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기기로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음질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이용자의 귀 형태에 맞춰 몰입감 있는 음악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적응형 EQ가 이를 가능케 했다. 사용 중인 에어팟 1세대 모델, QC35 II, 중국의 QCY T1를 비교한 결과 에어팟 프로는 기타 디스토션(전자기타 음을 기계적으로 왜곡해 출력) 사운드의 찢어지는 소리, 보컬의 미세한 숨소리나 드럼 심벌 소리 등을 비교적 잘 표현해냈고, 에어팟 1세대보다 전반적인 소리 해상도가 개선됐다는 걸 뚜렷이 체감할 수 있었다.

헤비메탈 장르 명곡으로 꼽히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힙합 레전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힙노타이즈(Hypnotize)’의 경우 저음역이 잘 살아 있는 에어팟 프로의 음질이 애용해온 QC35 II보다 낫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드럼, 베이스, 건반 등 악기 위치를 다르게 느껴지도록 해 자아내는 공간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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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CY T1, 에어팟 1세대, 에어팟 프로, QC35 II 등 4가지 이어폰·헤드폰으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음질을 비교했다. 장르 편차를 줄이기 위해 록, 힙합, 팝(클래식), EDM 등 다양한 장르를 들었다. /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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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주문하거나 대화를 해야 할 때 사용하는 노이즈 수용 기능도 쾌적했다. 노캔 모드를 꺼도 갑자기 외부 소음이 너무 크게 들리지 않도록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 귀에 들어오는 자연 소음과 에어팟 프로 ‘소음 수용’의 소리 레벨이 거의 비슷했다. 통화 품질은 에어팟 1세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걷거나 뛰면서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 일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선 전작의 터치(에어팟을 두드려서 음악을 멈추거나 전화를 받을 수 있음) 방식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에어팟 프로의 경우 조작하려면 스템을 길게 눌러야 하는데, 걷거나 뛰면서 이 동작을 하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노캔 기능으로 인해 전작(완충 시 음악 감상 5시간)보다 줄어든 배터리 지속 시간(완충 시 음악 감상 4.5시간)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32만9000원) 등도 아쉬운 부분이다.

‘군중 속의 고요’를 느껴보고 싶은 노캔 이어폰·헤드폰 입문자, 헤드폰처럼 주목받지 않는 휴대성 좋은 노캔 이어폰이 필요한 사람, 무선 이어폰으로 장시간 편하게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에어팟 프로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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