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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접촉은 피곤해… 화장품·패션업계 '언택트 소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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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영상보며 립스틱 가상 체험

집에서 옷 입어보는 홈 피팅 서비스

광고회사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김진경씨는 지난 주말 AR 기술이 접목된 유튜브 영상으로 신제품 립스틱을 구매했다. 그는 “매장에 직접 안 가도 되는 점, 직원이나 다른 손님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점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언택트란 콘택트(contact·접촉)에 부정의 접두사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접촉을 아예 차단하거나 최소화한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해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코리아 』에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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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 맥이 유튜브에 올린 'AR 뷰티 트라이온' 서비스. 위 화면은 뷰티 유튜버 조효진씨가 신제품 립스틱을 리뷰하는 모습, 아래는 사용자가 원하는 립스틱을 선택해 가상 체험해 보는 모습이다. [사진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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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사용한 서비스는 화장품 브랜드 ‘맥’이 운영하고 있는 ‘AR 뷰티 트라이온’이다. 맥은 지난달 17일부터 유명 뷰티 유튜버 조효진씨와 함께 신제품 립스틱 리뷰 영상을 만들고, 여기에 AR 기술을 접목해 시청자가 립스틱을 바른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셀카 형식으로 휴대폰 화면을 보며 경험하는 가상 체험이다. 하단에는 해당 립스틱을 온라인몰에서 바로 살 수 있도록 연결하는 버튼들 두고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이 기술은 지난 6월 칸 국제 광고제에서 구글이 처음 선보인 것으로, 맥은 두 달 만에 이를 적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소개했다.

언택트 서비스의 예는 또 있다. 택시를 잡을 땐 카카오T·티맵택시·타다 등 모바일 앱을 이용한다.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에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일이 흔해졌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 앱으로 커피를 주문·결제하고(스타벅스 사이렌오더), 모바일 앱으로 빨래를 신청한 뒤 현관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하루 이틀만에 보송한 옷을 받을 수 있다(런드리고).

언택트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17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느낀다”(49.1%)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언택트 서비스 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오르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7월 내놓은 가맹점 이용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간 언택트 서비스 가맹점 매출은 67억에서 359억으로 5배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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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모델이 온라인으로 배달된 매트리스를 직접 설치하고 있다. [사진 지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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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발 빠르게, 성공적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숙박업계였다.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무인 키오스크 입실 결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는다. 야놀자 관계자는 “셀프체크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곳은 매년 20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음식 배달·주문, 택시 호출, 무인 편의점 등 생활 전반으로 확산됐고 최근엔 방문 기사 없이 자가설치가 가능한 침대 매트리스(지누스·3분의1), 집에서 입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무료로 되돌려 보내는 ‘홈 피팅 서비스’(한섬·삼성물산)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 상품·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씨는 “IT 기술 발달로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스트레스받는 접촉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며 “더욱이 언택트 서비스는 대기 시간은 줄이고, 결제 편의성까지 있어 향후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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