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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어머! 김치 갖고 이렇게도 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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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출시된 해태제과의 냉동만두 신제품 '소담김치만두'는 아삭하게 씹히는 김칫소가 일품이다. 편의점 GS25·이마트24가 내놓은 김치말이국수도 전문점 못지않은 맛으로 지난여름 인기를 끌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한식 뷔페 '자연별곡'도 김치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메뉴들의 공통점은 국내 1위 포장김치 회사인 대상 종가집이 만들었다는 것. 그동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하던 종가집이 지난해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기업 간 거래)에 진출했다. 동종 식품업계인 해태제과에 납품하고, 한식 뷔페에 '종가집반상 존'을 만들었다. 종가집 관계자는 "가정간편식(HMR)과 외식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B2B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최근 기존 사업 영역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 고객을 가리지 않고 공략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 소비자용 포장김치를 생산하던 '대상 종가집'은 냉동만두 김칫소도 만들어 경쟁 식품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반면 단체급식을 주로 해오던‘아워홈’은 냉동도시락 브랜드 '온더고'로 '통모짜치즈&불닭' 등을 만들어 편의점에 진출했다. '현대그린푸드'도 이가 약한 소비자를 위한 '동파육' 등 연화식 제품을 판매 중이다(시계 방향).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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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B2B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 고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는 것이다.

◇식품사, 개인·기업 동시 공략

국내 닭고기 가공육 B2B 시장 1위 업체인 마니커에프앤지는 지난 5월 에어프라이어 전용 치킨브랜드 '에어프렌즈'를 선보였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그동안 주로 패스트푸드 회사와 급식업체에 닭고기를 공급하며, 삼계탕 등 일부 완제품을 생산해 왔지만 이번에 본격적으로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별도 브랜드까지 만들며 B2C 시장에 진출했다.

B2B 식품회사 가운데 개인 소비자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곳은 급식 전문 업체들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작년 초 환자와 유아·아동, 고령층 등 치아가 약한 사람들이 씹기 쉽도록 가공한 연화식(軟化食)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로 명절 선물세트도 만들어 판매했다. 올해는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있는 '혈당강하쌀'을 국내 처음 선보이며, 이를 가공한 식품을 만들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식자재를 공급하며 쌓은 노하우로 생산 비용을 낮춰, 기존에 없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지난 7월 냉동도시락 브랜드 '온더고(ONTHEGO)'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편의점에도 진출했다. 신세계푸드도 에어프라이어 전용 브랜드 '올반 에어쿡'을 선보이며 기존 가공식품 전문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1위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도 이르면 올해 안에 연화식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B2B 업체들만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B2C 업체들도 거꾸로 기업과 대형 매장을 공략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7월 제과점과 카페 등에 납품하기 위한 생크림 제품을 처음 출시했다. 2017년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매장에 원재료를 판매하기 위한 전문 브랜드 '소프트랩'을 만들었다. 개인 소비자 배달에 집중해 온 풀무원녹즙은 지난 3월 개별 기업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수익성 떨어지자 영역 파괴 나선 식품사

식품회사가 최근 신사업 도전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외형 확장뿐 아니라 품목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식품기업 9444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국 평균(9.7%)의 절반에도 못 미쳐 25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한국 식품회사는 지나치게 세분화돼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반면 글로벌 식품회사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해 품목 간 시너지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체도 기존 제품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 도전에 나섰다. 닭고기 전문 업체 하림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전북 익산에 액상 조미료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생닭과 이를 가공한 식품뿐 아니라 닭뼈 등 부산물을 활용해 조미료를 만드는 것이다. 오리온은 생수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에 용암수 생산 공장과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제주용암수'를 출시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글로벌 식품산업은 연간 6조달러(약 7000조원)로 자동차 시장의 4배가 넘는다"며 "글로벌 식품회사와 경쟁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외형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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