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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김정은 곧 보자"… 北 "새 해법 들고 평양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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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3차 美北정상회담 가능성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며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시사하자,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8일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평양에 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북)·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러시아행 항공편에 올랐다.

탄핵 정국에 휩쓸리며 '돌파구'가 절실해진 트럼프 대통령과 고강도 대북 제재 속에 지난 4월부터 '미국과의 연말 담판'을 예고해온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연말 3차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를 위한 충실한 실무협상 없이 정상 간 담판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섣불리 맞바꾸는 '스몰딜'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낡은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능력의 일부에 불과해 폐기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이것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것은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할 레버리지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 답방,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 정부는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스몰딜도 좋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조선신보는 이날 칼럼에서 "조선(북)이 유예 기간으로 정한 12월 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젠 미 대통령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을 때"라고 했다. 이어 "그가 심사숙고하는 모습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역사적인 장면도 그려보곤 한다"고 했다.

김계관도 이날 담화에서 "무익한 회담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를 자신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것을 정조준한 것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급소가 '모라토리엄 파기'임을 간파하고, 이를 집중 공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측이 과거와 달리 2020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에게 '대통령님, 재선 운동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우리 사이가 무너지면 안 되지요? 당신의 성취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죠?'라는 (협박성) 메시지"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결렬시킨 뒤로 끊임없이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은 제3국을 통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면서도 미국의 협상 제의를 "시간 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 깎아내렸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실무회담에선 정상회담의 경호·의전 문제를 다루고, '연말 정상회담'으로 직행해 '근본적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당초 미국은 올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충실한 실무회담'을 중시해왔다.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 당시만 해도 연내 3차 정상회담 개최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강조해도 '북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기조였고, 지난 6일 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우리에 대한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을 때도 "북한 분노를 바탕으로 훈련을 조정하지 않는다"(미 국방부 대변인)며 맞섰다.

하지만 지난 13일 국무위(위원장 김정은)가 직접 대미 비난전에 뛰어든 것을 전후해 미국의 태도가 바뀐 듯한 모습이다. 비건 대표가 북한에 협상 재개를 제의한 것도 이즈음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 타개책의 일환으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린 듯하다"고 했다. 북이 강조한 '연말 시한'을 넘겼다가 ICBM 발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파고들 경우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가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로 연말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스몰딜'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3차 정상회담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비건 대표가 '서둘러 성과를 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촉에 일부 대북 제재의 완화 등 협상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빅딜)를 포기한 듯하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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