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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BTS 같은 한류스타 병역면제 곤란… 장기 해외공연은 늘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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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터뷰

동아일보

양복 재킷처럼 만든 생활한복을 입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콘텐츠 이야기가 나오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내려놓은 백팩은 박 장관이 이동할 때 늘 메고 다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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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정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정책 방향으로 내걸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을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14일 만나 집권 후반기 문화, 관광, 체육 정책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류의 영향이 큰 데다 비자와 항공 문제를 개선한 것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박 장관은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었지만 개인 관광객은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일본인도 꾸준히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관광객 2000만 명을 돌파해 보자”는 목표를 내세웠다.

올해 4월 시작한 ‘DMZ 평화의 길’ 관광에 대해서는 “반쪽이 아닌 온전한 관광을 위해 북쪽 지역 관광도 준비하고 있다. 남북 간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 북쪽 관광을 진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고성, 철원, 경기 파주에서 운영하는 DMZ 평화의 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현재 관광이 잠정 중단됐지만 앞으로 7개 지역(강화 김포 고양 연천 화천 양구 인제)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류 열풍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방탄소년단처럼 한국을 빛낸 연예인에 대해 병역을 면제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순수예술인은 콩쿠르 입상,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 메달 획득 같은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대중예술인은 이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릴 겁니다. 27세 이하는 1회 6개월 해외여행이 가능한데 해외 공연 사유가 인정되면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25세 이상 군 미필자는 1년인 여권 유효 기간도 문체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25∼27세는 3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 예술인과 스포츠인에 대한 병역 면제 규모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도록 병무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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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을 메고 걸어오던 박양우 장관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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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만든 민관 협력 기구가 내릴 결정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상현실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이 같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이어주는 통로가 바로 게임입니다.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겁니다. 물론 어느 분야나 과도하게 몰입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를 예방하고 치료할 필요는 있습니다.”

올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콘텐츠 산업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2022년까지 모험투자펀드 4500억 원을 조성하고 보증금 74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을 담은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를 실행하는 주무 부처다.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어서 초기 단계부터 신속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만 좋아도 곧바로 투자받아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한류와 콘텐츠 산업은 긴밀한 관계인 만큼 한류추진단을 만드는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과 협의하고 있고요.”

일각에서는 출판, 연극, 무용 등이 콘텐츠 산업 혁신 전략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순수 예술은 여러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소통 부족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했다.

“콘텐츠 산업 전략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 순수예술 분야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올렸습니다. 예술인 생활 안정 자금으로 80억 원을 융자해주는 것도 올해 처음 시도했고요. 순수예술을 키우지 않고는 문화예술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화제는 스포츠 분야로 옮겨갔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사실상 허용한 데 대한 대응을 물었다.

“올해 9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일본의 입장에 우려를 표하고 IOC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각국 올림픽 위원회와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로부터 우리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해 도쿄 올림픽 때 도쿄에 있는 객실 100개 규모의 3성급 호텔에서 국내산 식자재로 만든 급식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350여 명의 급식을 지원할 수 있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소년체전에 일반 학생들을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등 엘리트 체육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소년체전에서 전문 선수들은 그들끼리 경쟁하고, 스포츠클럽에서 추천받은 선수들은 별도 경기에 참여하는 방식을 권고한 겁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한쪽을 죽이고 다른 한쪽을 살리는 건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그는 여러 지표 가운데 지난해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81.5%를 기록해 처음으로 80%를 넘어선 것이 가장 반갑다고 했다.

“정치권의 반목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참 속상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문화생활을 꾸준히 늘려 나가는 모습이 기쁩니다. 우리에게는 양궁,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비롯해 문화, 관광 분야 콘텐츠가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대담=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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