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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일본 ‘넥스트 베이스’와 우물 안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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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7일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6회 이후 일본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대표팀은 4이닝 동안 상대 내야 실책으로 1루를 밟았을 뿐 무안타로 꽁꽁 묶였다. 아웃카운트 12개 중 삼진이 절반인 6개였다. 매 이닝 바뀐 일본 계투진은 힘과 기술에서 대표팀 타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특히 7회에 등판한 가이노 히로시(23·소프트뱅크)와 8회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1·오릭스)의 투구는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시속 158㎞의 강속구와 145㎞의 포크볼을 던졌다. 대표팀 타선은 그 공에 손도 대지 못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과거 ‘스몰볼’의 한계를 빠르게 뛰어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스포츠 특유의 장인정신과 스포츠과학이 만나 새로운 야구의 길을 열고 있다. 셋업맨 야마모토는 투구동작 때 다리를 들고 잠시 멈추는 동작을 가졌음에도 158㎞짜리 강속구를 쉽게 던진다.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기록은 159㎞다. 글러브를 낀 왼손의 움직임을 활용해 몸통 회전 속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구속을 끌어올리는 효율적 투구를 한다.

양현종에게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뽑아낸 야마다 데쓰토(27)는 1번 타자로 나섰지만 2015년 리그 홈런왕(38홈런)·도루왕(34개) 출신이다. 올시즌 홈런 35개, 도루 33개로 4번째 30-30시즌을 달성했다. 크지 않은 덩치지만 스윙 스피드를 매년 끌어올리며 장타 생산을 늘린다. 왼다리를 들고 멈추는 동작에서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끌어내는 스윙을 가졌다.

타이밍을 뒤에 둔 채 양현종의 여러 공을 모두 커트한 뒤 풀카운트에서 살짝 몰린 속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었다. 야마다의 뜬공 비율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은 메이저리그의 ‘뜬공 혁명’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더 이상 과거의 상명하복식 ‘반복 야구’ ‘혼의 야구’에 매달리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기반 선수 성장 방법을 다룬 책 <MVP 머신>에 따르면 라쿠텐 이글스는 이미 2014년부터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 기반 선수 육성에 나섰다.

공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선수의 동작도 면밀히 분석했다. 라쿠텐에서 일하던 스포츠역학 전문가 진지 쓰토무 박사는 2014년 설립된 ‘넥스트 베이스’라는 스포츠 분석 회사에 합류했다. 기쿠치 유세이(시애틀)의 투구 디자인, 구종 선택, 궤적의 일관성 등을 분석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왔다. 일본 투수, 타자의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 움직임 속에서 충분한 파워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측정 기술과 스포츠역학 등 ‘과학’을 통해 더욱 치밀해지는 중이다.

일본전을 지켜본 국내 팀의 한 감독은 “한국 타자들은 테이크백 동작부터 힘이 들어가는 데 비해 일본 타자들은 딱 필요한 만큼만 힘을 쓴다. 선구안이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 뒤 “개개인의 실력차이는 물론, 선수 구성의 깊이에서도 큰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에 취한 지난 10년간 우물 안 개구리 야구를 했다. 파워가 늘었다고 자평했지만, 세밀함은 되레 떨어졌다. 정작 파워에서도 일본에 압도당했다. 책 <MVP 머신>에 나오는 비유 하나. ‘X레이 보고 진단한 의사와 MRI 보고 진단한 의사 중 누굴 믿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 야구도 이제 MRI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지만, 최근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분야든 따라잡는 데 일가견이 있음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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