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칠레 이은 이란의 '50원 분노'…기름값 인상이 불붙였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12명 사망·1000여명 체포 …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 시위대 "폭도"로 칭하며 강경대응 시사]

머니투데이

17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 시내에서 시위대의 방화로 불탄 버스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남미 부국 칠레에 이어 세계 4위 산유국 이란이 '50원의 분노'에 휩싸였다. 정부의 휘발유 가격 50% 인상 조치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러오면서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전반적인 사회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 칠레처럼 이란 역시 이번 휘발유값 인상 조치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신음해오던 국민들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현지 파스 통신을 인용해 지난 15일부터 수도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8만7000명이 참가했으며, 이날까지 1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란 정보부에 따르면 은행 100곳과 상점 57곳이 시위대의 방화로 소실됐다.

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서 1000여 명을 체포하고, 인터넷 접속까지 제한했다. 인터넷모니터링업체 넷블록에 따르면 16일 밤 이란의 네트워크 접속량은 평소의 7%에 불과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5일 이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 발표가 계기가 됐다. 원래 이란에서 휘뱔유는 리터당 1만리알(약 100원)의 가격으로 인당 250리터까지 구매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매달 첫 60리터는 리터당 1만5000리알(150원), 이를 초과해 구매할 때는 리터당 3만리알(300원)를 내야 한다. 휘발유 가격이 50%에서 최대 200%까지 오른 것이다.

머니투데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상 조치에도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이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은 클 전망이다. AP통신은 "국민들 상당수가 무허가 택시기사로 생계를 꾸리는 이란에서 낮은 휘발유 가격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다"고 설명했다.

2015년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이후 부과된 제재로 이란 경제가 위축된 점 역시 한몫했다. 이란의 인플레이션율은 40%를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경제가 올해 -9.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알 가치 역시 폭락해 지난해 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란 중앙은행 고시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약 4만2000리알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현재 12만리알 안팎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늘어날 재정수입은 오로지 저소득층과 제재로 피해를 본 분야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위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폭도"라 칭하며 강경 대응을 계속할 것을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방송을 통해 "이번 휘발유 가격 인상 결정은 경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국가를 위해 한 일"이라며 정부의 인상 조치에 지지를 표했다. 이어 그는 "일부 사람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분명 우려를 표할 수 있다"면서도 "파괴와 방화는 우리 국민이 아니라 폭력배가 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