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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도시락 들고 학교 가요…아마존 소녀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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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1)



광고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가난 속에서도 꽃처럼 피어난 어린이들의 웃음에 매료돼 14년째 전 세계 슬럼가 아이들의 미소를 사진에 담고 있다. 37년 차 사진작가가 들려주는 인생 여행기.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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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만난 마사이족 족장과 손자. [사진 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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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만난 마사이족 족장과 손자예요.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지, 마사이족을 잘 모르잖아요. 가서 대화하고 해보니까 우리나라 예전 가족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정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그런 걸 보게 되어서 굉장히 좋았죠. 일상적인 모습인데 쉽지가 않거든요. 사랑도 있고, 관계도 있고, 따스함도 있고, 그렇다고 그렇게 보기 드문 풍경도 아니고… 컴패션 가정방문을 하던 중이었는데 꼭 옛날 우리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어서… 찍었지요."

사진이라고 하면, 기록으로 생각해요. 일방적인 무언가를 담는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나의 눈’이 필요해요. 그게 있어야 무언가를 전할 가능성이 만들어지거든요. 그게 있어야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감정이입이 되어서 좋은 사진이 되든지, 혐오 사진이 되든지, 그런 가능성이 생기는 거지, 단순히 현장의 상황을 기록만 한다는 게 아니거든요.

‘내 눈’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될 수도 있고요. 이미 가진 소양일 수도 있죠. 교양이든, 인문학적, 전문가적 경험이든, 감성적인 소양이든… 이런 것들이 녹아서 눈이 형성되는 거죠. 거기에 기술적 훈련이 같이 가는 거죠. 요즘 휴대폰 좋아져서, 그 눈이 있으면 담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요샌 이걸 여기저기 말하고 다녀요. 휴대폰 좋아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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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션 후원을 받는 아이. [사진 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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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같은 동네에서 찍은 거예요. 컴패션에서 후원받는 아이라고, 집에 방문했는데 애가 갑자기 염소를 메고 나타난 거예요. 느껴지더라니까요. 낯선 사람이 자기 집에 왔는데 자랑하고 싶은 마음…. 자기 것, 자기만의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며칠 전에 염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게 자기 소유인 거라, 아침이라 눈도 못 뜨고 있는 염소를 우리한테 보여주더라고요. 나를 보는 소년의 눈이 염소의 눈하고 같았어요. 눈길도 선이거든요. 시선도 선. 사진가로서 이래저래 재미있던 순간이었어요.”

내가 그만큼 쌓여야 해요.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수많은 반복이나 실패나 뭐 이런 것 통해서 그 소양이 자기 것이 되잖아요. 그게 훈련이 될 수도 있죠.

자기라는 필터를 통해서 걸러져 밑으로 똑똑 떨어지는 그거 있잖아요. 그게 주관이 되는 거고 소양이 되는 거고 아이덴티티가 되는 거라…. 그게 형성이 되고 기술이 생기고 이랬을 때 그야말로 자기의 현장에서 무엇을 봤는지를 기록하게 될 수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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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와다니 부족 아이. [사진 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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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와다니 부족 아이예요. 인간의 원형질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컴패션 후원 덕분에 학교에도 가고 그렇게 되었죠. 들고 있는 게 도시락이에요. 바나나 도시락. 저절로 상상이 되죠. 집 근처 나무에서 도시락용 바나나를 따는 모습을요. 다른 아이들 보면, 사탕수수를 지팡이 삼아 오더니 도시락처럼 잘라 먹기도 하더라고요. 옹기종기 모여서 선생님 따라 밀림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웃는 걸 봐요. 일상이지만, 따뜻하죠.”

그래서 뭘 찍고 싶냐고요? 인간에 대한 따스함 같은 거예요. 사랑으로 따스해질 수 있죠. 사랑이라는 그런 거창한 명제가 아니라도 원만한 관계나 평화로운 분위기, 그런 거로도 느껴질 수 있죠. 제가 본 어떤 것이, 제 가슴을 움직이게 하고 열리게 했던 무엇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보는 사람한테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거,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진가로서 역할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기다려야죠. 낚시꾼처럼.

일상인데 따스한 거, 그런 거 참 쉽지 않아요.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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