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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심장’ 세징야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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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가 13일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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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Ace).’

본래 트럼프 카드에서 에이스는 어떤 카드보다 강한 ‘최강의 패’를 뜻한다. 여기서 유래해 스포츠에서 에이스는 보통 한 팀의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의미한다. 특히 그 존재감이 커서 그의 활약에 따라 팀의 승패가 좌우되곤 한다. 그럼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이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단 한 명에게만 에이스의 칭호가 허락돼야 한다면 그건 단연 세징야(30ㆍ브라질)일 것이다.

동점 상황에서 현란한 움직임으로 홀로 상대 골망을 흔들고(3라운드 울산전), 감탄이 나오는 35m 프리킥을 꽂아 넣는다(4라운드 경남전). 한 명이 퇴장 당해 숫자가 부족할 땐 혼자 3골(2골1도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27라운드 강원전). 리드할 땐 수비수로 변신해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온몸이 부셔져라 그라운드를 누빈다. 패스면 패스, 침투면 침투, 슈팅이면 슈팅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그의 활약에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은 열광한다. 대구를 막기 위해선 세징야를 봉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K리그1 후반기 마지막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대구 클럽하우스에서 본보와 만난 세징야는 “동료들이 ‘너는 정말 우리 팀의 보물 같은 선수야’라고 생각하는 것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지더라도 항상 변함없는 눈빛으로 날 봐준다는 것”이라며 “나를 믿어주는 동료들 때문에 오늘 못했어도 내일 잘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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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징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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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는 2016년 대구에 입단해 올해까지 무려 네 번의 시즌을 경험했다. 4년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세징야가 대구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된 것처럼, 대구도 K리그에 없어선 안 될 구단이 됐다. 세징야는 “대구가 1부리그에서 3위를 다투는 팀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라며 “무엇보다 어떤 팀도 우리와 시합을 했을 때 쉽게 이기지 못하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밝혔다.

세징야는 대구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현장에 늘 함께 했다. 2016년 2부리그(챌린지) 팀이었던 대구에 합류한 세징야는 첫 해부터 11득점8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1부리그 다이렉트 승격이 걸려있던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엄청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승격의 기쁨을 안겼다.

2017년 K리그1(클래식) 잔류에 성공한 대구는 이듬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FA컵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세징야는 울산과의 FA컵 결승 1차전에선 극적인 동점골을, 2차전에서는 쐐기골을 터트리며 1ㆍ2차전 합계 5-1 완승을 이끌어 대회 MVP에 올랐다. 세징야가 없었다면 대구의 첫 우승도 없었을지 모른다.

올해 역시 세징야에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처음으로 경험했고, 최초로 1부리그 파이널A(상위 스플릿)에 들며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다. 36라운드까지 13골9도움을 기록, 공격포인트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2018년 11어시스트(8골)로 K리그1 도움왕에 이어 올해엔 리그 MVP급 활약이다. 지난 7월에는 K리그 팬 투표에서 5만6,234표를 받아 팀 동료 조현우(6만2,938표)에 이어 득표수 전체 2위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세징야는 유벤투스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멋진 골까지 기록, K리그 대표 선수 ‘세징야’의 모습을 수많은 팬들에 각인시켰다.

세징야는 “2016년 이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를 신고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순간이 전성기였다”며 “대구에서 나도, 에드가도, 동료들도, 팀도 매해 성장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에이스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굉장한 책임감이 생긴다”며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고 더 채찍질하면서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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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제주의 K리그1 32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 9월 28일 대구DGB은행파크. 경기 종료 후 세징야를 비롯한 대구 선수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경기장 입구에 모였다. 대구=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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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로서 상대 팀의 집중 견제가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36라운드까지 세징야가 당한 파울은 총 121번. 리그 전체에서 압도적 1위다. 세징야는 “울산 박주호(32), 성남 김정현(26), 전북 신형민(33) 등 좋은 수비력으로 괴롭히는 선수들이 많았다”며 “그래도 드리블이나 침투력,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내가 K리그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할 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런 세징야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건 K리그에서 가장 열광적인 대구 팬들의 응원이었단다. 새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의 영향도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징야는 “대구 팬들이 K리그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뒤 “입장할 때부터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해주는 1만명이 넘는 팬들과 같이 뛰는 느낌이라 소름 돋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인스타그램으로도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진다. 많을 땐 하루 7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세징야는 “하나 하나 답장해드리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세징야는 대신 매 경기마다 찾아오는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다.

이제 세징야는 화려했던 2019 시즌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현재 4위인 대구(승점 51점)의 남은 시합은 단 2경기, 3위 서울(55점)과의 승점 차는 4점이다. ACL 자력 진출은 어려워졌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각오다. 세징야는 “강원 원정을 무조건 이기고 서울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꼭 홈에서 팬들과 ACL 진출을 함께 축하하고 싶다. 마지막 경기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다면 99% 자신 있다”고 다짐했다.

대구=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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