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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의 나공⑰]갑오징어·명태 키워낸 박사님들, 3m 대문어 양식도 성공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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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의 나공⑰]

전남 해남의 갑오징어 민간 양식장 ‘대오수산’. 국내 최초로 갑오징어 양식에 성공했다. 이달 말부터 여기서 길러낸 양식 갑오징어가 우리 식탁에 오른다. 갑오징어 양식의 ‘산파’ 역할을 한 곳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4월 갑오징어 양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알에서 갓 부화한 갑오징어는 크기가 0.8㎝에 불과하다. 어린 갑오징어는 죽은 생물을 먹지 않았다. 연구소는 연구와 수차례 양식 실험 끝에 어린 갑오징어 먹이가 알테미아(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란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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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전경.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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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성과는 갑오징어로 그치지 않는다. 2016년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인공 수정한 알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어미로 자라, 다시 알을 낳는 데 성공)에 성공했다. 최근엔 역시 세계 최초로 대문어 양식 성공을 눈앞에 뒀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를 주도한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유해균·변순규·박광재 박사의 얘기를 뉴스의 주인공인 갑오징어·명태·대문어 입장에서 '가상 인터뷰' 식으로 실어본다.



뭘 먹고 크냐 갑오징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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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먹이에 쓸 플랑크톤을 배양 중인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실.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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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놀랐잖아요! 갑자기 랜턴 불빛부터 들이대면 어떡합니까? 갑오징어가 불빛 좋아하는 건 바다에서나 그렇지, 저만큼 까다롭고 예민한 놈도 드물다고요. 전 사실 연구소 수조가 무지 답답하거든요.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수조 벽에 머리를 쿵쿵 찧습니다. 채 10일도 못 버티고 죽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왜 저를 여기서 키우냐고요. 갑오징어가 국민 수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회로 먹고, 찜쪄먹고, 날로 먹고… 이쯤에서 그만하죠. 씨가 마른 명태처럼 갑오징어도 1980년대만 해도 한 해 6만t씩 잡혔는데 지난해엔 5000t으로 뚝 떨어졌죠. 그래서 저를 살려보려고 유해균 박사님이 지난해부터 양식 연구에 매달려왔습니다.

저는 뭘 먹고 사느냐고요? 그것을 알아내느라 유 박사님이 골치 좀 썩였습니다. 제 유생(幼生·물고기의 치어 격)은 어류와 달리 몸에 붙은 유기물을 끌어서 몸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이곳에서 30여 가지 다양한 온도, 환경에서 세균을 배양해 왔지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래 봬도 성장 단계마다 먹이가 다를 정도로 까다로운 미식가거든요.

하지만 유 박사님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유생이 크기 10㎜ 이상 알테미아 성체를 먹는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먹이를 먹고 잘 컸고, 올해 5월부터 실제 양식장에서 최대 320g 내외 크기로 자라는 데 성공했답니다.



명태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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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수산연구소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2세대 완전양식 명태.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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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할머니는 2015년 동해에서 잡혀 왔습니다. 1.5㎜ 크기 수정란 53만 개를 연구소에 낳았습니다. 그중 1만5000마리를 살려내 동해에 풀었고, 200마리만 수조에서 어미로 키웠죠. 그중 7마리가 2016년 알을 낳았고 저는 그때 태어난 3만 마리 중 하나입니다.

저도 갑오징어만큼이나 민감해요. 먹이도 가려먹고, 잘 놀라고…. 수조에 처음 들어오면 2~3일 만에 죽는 경우가 많아요. 명태를 처음 들여온 2014년에는 700마리 중 단 6마리만 살아남은 적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여기는 견딜 만해요. 변순규 박사님은 어떻게 알았는지 찬 바다에 사는 저를 위해 수온을 10도로 맞춰주고 이 온도에서도 살 수 있는 플랑크톤으로 만든 전용 사료를 주거든요. 90~200m 깊이 바다에 사는 점을 고려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를 키울 정도니까요!

아, 여긴 먹이가 정말 먹을 만해요. 우리나라는 주로 온대성 어류만 양식해 왔기 때문에 먹이로 줄 동물성 플랑크톤도 28~32도 사이에서 배양한 경우가 많았데요. 호랑이가 배고파도 풀을 뜯어 먹을 수는 없듯이 저도 뜨뜻한 플랑크톤은 못 먹습니다. 여기 연구소에서 저를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수온 10도 이하에서도 잘 버티는 플랑크톤을 배양하는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온·먹이·조명 다 좋은데…. 여기 하나 더하자면 ‘교감’이 제가 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변 박사님은 2시간마다 저희를 살펴봅니다. 입버릇처럼 “소·돼지는 배고프면 배고프다, 아프면 아프다 울기라도 하지 명태는 안 그렇다. 교감하고, 챙겨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먹이 줄 때 특히 고마운데요. 소·돼지 키우듯 사료를 쭉 들이붓는 게 아니라 놀랄까 봐 여기저기 골고루, 하나씩 떼어 ‘살살’ 풀어줍니다. 생태탕·북엇국이요? 당연히 명태는 입에도 안 댄다네요.



‘모성애’ 강한 대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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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매단 채 넉달 째 먹이도 먹지 않고 키우고 있는 대문어.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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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해에만 살아요. 어린 문어를 싹쓸이해가다 보니 씨가 말랐죠. 남해안에 사는 참문어요? 상대가 안 되죠. 저는 최대 3m까지 크고 무게는 최대 50㎏까지 나갑니다. 작은 문어는 다른 나라에서도 양식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지만 저는 아직 없습니다.

수백 수천개 알이 부화하기까지 6개월 걸리는데 저는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입자가 오지는 않을지, 알이 떠내려가지는 않을지 애지중지 돌봅니다. 그리고는 체력이 다해 죽을 운명입니다. 모성애 하나는 사람 못지않다고요.

저와 함께 제 새끼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분이 박광재 박사님입니다. 이곳에서 2012년부터 대문어 자원 회복 연구를 해왔습니다. 꼬물꼬물 알에서 태어난 제 유생들을 자세히 보면 플랑크톤을 하나씩 물고 있습니다. 오징어처럼 플랑크톤을 끌어들여 먹고 자라는데 박 박사님이 알테미아 성체를 비롯해 갑각류·어류를 먹이로 배합해 살려왔습니다. 수온도 10도로 유지해 석 달 만에 무게는 3배, 생존율도 90%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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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부화로 얻은 새끼 문어를 90일까지 키우면 세계 최초로 대문어 인공 종자 생산기술을 완성하게 된다고 하네요. 언젠가는, 제 새끼도 푸른 동해 깊은 바다를 마음껏 누빌 날이 찾아오겠지요?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세종시 경제 부처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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