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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형, 내가 바보요?" 이랬던 임종석 총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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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놀란 “제도권 퇴장” 선언

임종석측 “2~3개월 계속 고민해

종로 출마 여부와는 상관 없어”

86 그룹 퇴진론 다시 불붙을 수도

더불어민주당 A의원=“내년 2월까지만 버텨라. 정세균 선배가 비켜주면 들어가고, 안 비켜줘도 딴 데 갈데 많다. 초조해 하지 마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형. 내가 바보요. ”

3주 전 쯤 임종석 전 실장과 술자리를 했다는 민주당 A의원의 설명이다. A의원은 “'내가 바보냐'는 말은 (갈 데가 많은데)그걸 모르겠느냐는 취지였다"며 "불출마를 할 것이란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17일 페이스북에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같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알지 못했다”며 “학생 운동할 때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더니…”라고 했다. 역시 전대협 출신(부의장)에 고교(서울 용문고)까지 선배라는 우상호 의원까지 “나도 깜짝 놀랐다. 평소 그런 암시를 준 적이 없어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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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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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8일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서 내려온 뒤 임 전 실장의 행보는 확실히 ‘출마’였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종로구로 거처를 옮겼다는 사실이 전해진 지난 5월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선배에게 솔직히 말씀드렸다”며 “출마 지역구는 내년 초께 당에서 결정을 내 줄 테지만 그 전까지 일단 종로에 살림집만 좀 옮겨놓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 전 의장은 7선 도전을 위해 지역구에서 활동에 박차를 가한 반면 임 전 실장은 “전국 명산을 다 오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다”(핵심측근)는 이야기만 나왔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 전 의장이 비켜줄 의사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고 경선을 통해선 정 전 의장을 이길 방법이 없어 임 전 실장이 외통수에 빠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선택에 대한 해석으로 '현실론'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때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나 16ㆍ17대 의원시절 지역구였던 성동을, 중구 출마설도 돌았지만 “비서실장을 지냈는데 종로 출마가 어려워졌다고 다른 지역구를 기웃거리는 것도 격에 맞지 않는 모양새라고 생각했을 것”(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측근 B씨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한 불출마 이유는 달랐다. 그는 오전 임 전 실장과 통화한 뒤 선택이유를 언론에 알렸다.

Q : 불출마 이유는

“오랫동안 고민해 온 일이다. 그냥 비(雨)가 와서 결행했을 뿐이다. 오늘 비가 오길래….”

Q : 종로 출마가 어려워진 상황과 관계 있나

“전혀 없다. 총선에 출마할 기회가 생기면 종로에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을 뿐 꼭 출마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한국당의 대표급과 맞붙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생활상의 불편함 때문에 종로에 잠시 거처를 마련했을 뿐이다.”

Q : 언제부터 생각했나

“여름 전부터다.비서실장 퇴임 후 2~3개월 동안 산에 다니며 계속 고민했던 내용이다. 우리끼리 늘 농담반 진담반으로 55세까지만 정치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하는 이유도 늘 한반도 평화문제를 풀기 위해서라고 말해오지 않았나.”

Q : 문재인 대통령이나 당과 상의했나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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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악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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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은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표현을 썼지만 민주당에선 이를 ‘정계 은퇴’로 해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정계 은퇴를 하려면 ‘정치를 떠난다’라고 하지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임 전 실장의 이번 결정을 두고 총선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차기 통일부 장관 입각, 서울시장 도전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임 전 실장은 지방선거 보다는 대선 직행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관련한, 임 전 실장 측근 B의 설명이다.

Q : 어떤 형태의 통일 운동을 말하나

“가시적으로는 임 전 실장이 설립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2004년 설립)으로 돌아가는 형식이 될 거다. 그러나 그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민간 영역에서 찾아나갈 계획이다.

Q : 통일을 위한 기여는 의정활동으로도 할 수 있지 않나

“(임 전 실장은) 남북관계가 국민들에게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간 역할이 다 중요한데 정부 사이드에서 일이 잘 안 되고 있고 민간 부분도 막혀 있다. 민간에서 역할을 해보려는 거다.”

Q : 통일부 장관 가는 것 아닌가



“(오늘 메시지가) 그런 가능성에 모두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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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4일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을 따르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표정이 밝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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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실장의 선택은 총선 모드로 전환한 민주당에 여러 갈래의 파장을 낳고 있다. 우선 이철희ㆍ표창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잠시 주춤했던 중진 및 86 그룹 용퇴론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게 됐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장 임 전 실장과 경선이 예정돼 있던 정세균 전 의장부터 출마를 위해선 뭔가 다른 명분이 필요해질 것이고 덩달아 문희상 의장의 지역구 (아들에 대한) 승계 문제 등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불똥은 언제든 86출신 3~4선 의원들에게 옮겨붙을 수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각지에 출사표를 던진 40여 명의 청와대 비서관ㆍ행정관 출신들의 움직임이 둔해 질 수도 있다. 안그래도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청와대 참모 출신부터 희생해야 한다”고 말해 청와대 출신 출마 희망자들 앞에는 경고등이 들어와 있던 차였다. 그러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선명하게 정치 쇄신을 주문한 데 비해 임 전 실장의 메시지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지 않겠다는 게 임 전 실장의 메시지라고 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86 용퇴론이나 청와대 출마자 희생론의 물꼬를 트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본인이 '안고 가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전 실장 측도 입장이 비슷했다.

86그룹 물갈이를 위해 총대를 맸다고 해석될 수 있는데

“전혀 관계 없다. 그렇게 보이는 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페이스북) 글을 있는 대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임 전 실장의 마음에 있는 ‘한반도 평화’라는 문제의 무게가 밖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무겁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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