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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전 유성호텔 총주방장 최창업 셰프 “랍스터도 한땐 혐오식품…곤충도 요리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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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감자탕에 번데기 분말 쓰면서 ‘곤충요리’와 첫 만남

레시피 150여종 개발 …선입견이 문제지만 ‘미래식량’ 확신

경향신문

최창업 대전 유성호텔 총주방장이 식용곤충 고소애 가루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곤충요리를 연구한다는 그는 “곤충이 식량·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전 미국 동부 해안의 랍스터(바닷가재)는 혐오스럽고 저급한 식재료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최고급 식재료로 대접받습니다. 곤충의 미래도 그같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꺼리지만 저희같은 전문가들이 곤충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곤충 역시 세계적인 고급 식재료가 될 겁니다.”

대전 유성온천의 유성호텔 총주방장인 최창업 셰프(55)는 “‘곤충요리’에 남은 셰프 인생을 걸었다”는 사람이다. 15년 전쯤 우연히 번데기 분말을 감자탕에 양념으로 넣어본 것이 곤충과의 첫 만남이었다.

지난 15일 호텔 주방에서 만난 최 셰프는 “번데기 분말의 고소한 맛이 감자탕의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곤충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후 번데기 분말을 요리에 자주 사용해오던 그는 2013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설국열차>를 본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곤충요리 개발에 나섰다. 영화에 등장하는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은 사람들에게 식용곤충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곤충이 미래 인류의 가장 중요한 식량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저와 같은 음식전문가가 식용곤충을 확산시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의 셰프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곤충은 갈색거저리의 유충인 고소애였다. 외국에서 밀웜(mealworm)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식용곤충이다. 시중의 새우과자와 비슷한 맛을 내는 고소애는 요리에 들어가면 이름처럼 고소한 맛을 배가시킨다. 번데기보다도 재료로서 월등하다는 게 최 셰프의 설명이다.

경향신문

최창업 셰프가 식용곤충인 고소애 가루를 넣어 만든 각종 요리.


그는 매일 새벽 3시 일어나 일과에 앞서 곤충요리를 연구한다. 메인요리는 물론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까지 거의 모든 요리에 고소애를 넣는다. 그가 고소애와 식용굼벵이 등을 이용해 개발한 요리 레시피는 무려 150여가지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곤충을 키우는 농민, 농촌진흥청의 식용곤충 전문가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고소애 가루를 디저트에 넣어도 맛이 좋아져요. 곤충가루를 넣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고소애를 넣은 디저트가 더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곤충은 징그럽다’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거부감을 뛰어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매일 아침 일어나 개발한 곤충요리는 어디까지나 ‘주방용’에 머문다. 호텔의 요리 메뉴로는 아직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곤충요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믿는 그는 앞으로도 곤충요리 메뉴 개발에 매진할 작정이다. 얼마 전 식용 굼벵이를 이용한 ‘굼벵이 갈비탕’도 만든 그는 “언젠가는 내가 개발한 레시피가 널리 활용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곤충요리를 당당하게 팔고, 소비자들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먹는 시대가 올 겁니다. 곤충이 인류가 직면한 식량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요.”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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